아무래도 LIFE 엑기스 중의 엑기스 The Best of LIFE를 먼저 접했던 탓인지, AT WAR편은 상대적으로 감흥이 덜 했지만, 전쟁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춘 만큼 사진 자체의 임팩은 좀 덜 하더라도 전쟁이라는 큰 틀안에서 흐름이 끊기지 않고 볼 수 있어 좋았다. 스페인 내전, 중일전쟁,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과 기타 전쟁 순으로 편집되어 있고, 각 전쟁 발발과 진행 과정등에 관한 설명과 함께 사진 기자들에 대한 짧은 이야기 -로버트 카파가 첨엔 가공의 인물로 탄생했고, 결국 베트남전에서 지뢰를 밟아 사망했다든지 하는- 도 곁들여져 있어 이해와 재미를 돕고 있다.
아마 종군 작가들 대부분이 전쟁의 실상을 담아낸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사지로 뛰어들었겠지만, 누군가의 고통과 불행, 죽음이 돈과 때로는 부와 명성으로 치환되는 엄연한 현실을 생각하면,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마당에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이, 사람들이 말하듯 너무 잔인한 짓거리(?)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좀 크고 길게 보면, 전쟁을 겪지 못한 나같은 사람에게 잘 찍힌 한 장의 사진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한 권의 책이 주는 그것보다 훨씬 강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아주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전쟁편에 수록된 사진들 속의 낯익은 풍경과 사람들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속의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 땅에서 일어났지만 남의 전쟁이기도 했던 전쟁, 사진 속에서조차 북을 떠나는 피난민, 엄마잃은 아이, 사살된 빨갱이, 전향한 반공 포로가 아니고서는 결코 전쟁과 승리의 주인이 될 수 없는, 한국 전쟁속의 한국 사람들, 철저히 미국인의 눈으로 찍혀지고 해석되는 컷과 코멘터리들. 사진 너머에 감추어진 한국 전쟁의 이면들을 제3자로서는 꿰뚫어 보지 못하듯, 스페인 내전과 2차대전, 베트남 전쟁 사진들에서 내가 받은 느낌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사진조차도 순도 100프로의 진실을 담아낼 수는 없는건지? 유엔군,중공군,공산군,국군 모두 확실한 이념에의 신념이 있었을까? 그들 모두 가족과 이런 저런 꿈이 있는, 그냥 멋모르고 철없는 젊은이었을텐데 등등등....
시절이 하 수상하여 아래 위로 전쟁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너나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