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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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유명세와 필 충만한(?) 표지에 끌려 읽었다. 결론적으로, 표지만큼 매력적인 소설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표지 선정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2000년 전에 그려진 이집트 사람의 초상에서 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소설의 배경은, 글쎄 어딘지 딱 떨어지게 언급되지 않는다. 남미나 아프리카 어디쯤일까. 소위 제3세계라고 불리는, 거대 자본의 횡포에 착취 당하고, 미국의 군사력이 활개치는 곳이라면 그 어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익명의 배경속에 역시나 그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익명의 '그들'에게 저항하는 운동가 커플이 주인공들이다. 이중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X와 그의 연인 A가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그들의 사랑과 투쟁, 고통받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잔잔히 그려지는데, 전형적인 소재와 방식에다 내용의 밀도도 낮아, X를 향한 A의 사랑이 현실감있게 절절히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쩜 작가의 탓이라기 보다는 내 감수성의 메마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마치 21세기를 살고 있는 X와 18세기를 살고 있는 A가 편지를 주고 받는 듯, 두 남녀의 정서 사이의 흐름이 뚝뚝 끊겨 몰입하기 힘들었다.   

가난한자, 억압당한자, 착취당한 자들의 고통과 저항,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난 남녀의 사랑을 적절히 버무리려 한 작자의 의도는 엿보이나, 그 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서로 겉도는 느낌만 남아 아쉽다. 차라리 한 우물만 팠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책 접기 

"오직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역사는 상승하는 움직임이었고, 그들의 오늘은 항상 최고의 정점이었다.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역사는 돌아보거나 미리 내다봤을 때만 답을 알 수 있는 질문이었고, 그를 통해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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