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한국일보 타임라이프] The Best of LIFE
알라딘(디폴트) / 1978년 6월
평점 :
판매완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의 힘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사진에 관심이 있던 신랑이 오륙년 전 연애시절에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구입했었고, 나도 휘릭 휘릭 한 번 넘겨 보고, 결혼 후에도 신랑이랑 한 두 번은 더 같이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땐 솔직히 별 재미도 감흥도 없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 우연히 다시 보게 됬는데, 아니,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라이프지는 1936년 창간되어 1972년 폐간되었고, 이 사진집엔 1,864권에 이르는 라이프지 한 호 한 호를 모두 검토한 후 엄선된 700장의 사진들이 실려 있다. 한국에서는 1977년 출판 되었으니, 내가 귀저기 차고 젖병 빨고 있을 때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새삼 또 신기하고 놀랍다.  

현대사, 스포츠, 세계의 지도자들, 패션, 전쟁, 어린이들, 동물들, 과학, 스타들 등 말 그대로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을 포착한 인상적인 사진들을 완전 즐감할 수 있다. 사진적 미학은 접어두고서라도, 역사와 인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시공을 넘어 잘 포착하고 있기에 누구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마치 사진으로 된 역사책 같은 느낌을 주는데, 아무래도 미국인의 눈을 통해 바라 본 세상과 사람들이기에, 피사체가 미국 혹은 유럽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어 좀 아쉽기는 하다. 실제로 베트남전과 일본 환경오염 피해자인 딸과 엄마를 제외하고는 아시아인이 등장하는 사진은 거의 없다.  

같은 이유로, 상대적으로 미국과 세계 역사에 무지했던 예전과 비교해 조금이나마 나아진 상태에서 다시 보게 된 지금,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을 사진 속에서 읽어냈기 때문에 좀 더 깊은 감흥이 생긴 것이고, 역시나 같은 이유로 내가 놓친 이야기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이란 것도, 자기가 딱 아는 수준 만큼만 즐길 수 있는 것이니,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하인라인의 명 구절은 날이 갈수록 더 감탄을 자아낸다.   

베를린 수용소에서 탈출하려다 불에 타 죽은 정치범, 죽어가는 아들을 안고 망연자실하는 베트남 여자, 진주만에서 불타는 일본 전함, 총격에 맞아 쓰러지는 스페인 공화파 병사, 한 때 미국에서 유행했다는 금붕어 먹기를 하고 있는 대학생, 어둠 속에서 손전등으로 켄타우르스를 순식간에 그려내는 피카소, 헤진 청바지와 낡은 자켓이 인상적인 윌리엄 포크너, 깡통을 걷어 차고 있는 헤밍웨이, 영화 에비에이터로 익숙한 하워드 휴즈의 멋진 패션, 단란한 케네디 가족의 한 때, 링고 스타가 밟고 간 잔디를 움켜쥐고 감격에 눈물 흘리는 비틀즈의 광팬 등 한 장의 사진에 함축된 많은 이야기들과 강한 메시지를 찾아 읽는 재미로 가득 한 책이다. 더불어 1970년대 영어 표기법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스포오츠 라든가 뉴우요오크 이런 식-  

이런 좋은 사진집이 중고샵에서 겨우 일이만원에 거래 된다니, 시장에서 재화의 가치와 가격이 일치하지 않는 좋은 예다.   

*책 접기 

"사람들의 삶, 즉 라이프와 세계를 봅시다. 큰 사건들의 목격자가 됩시다. 가난한 이들의 표정과 어엿한 사람들의 거동을 살펴 봅시다. 기계, 군대, 엄청난 군중, 그리고 밀림에서 달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우주 삼라만상, 이들 평소에는 눈에 익지 않은 것들을 봅시다. 그림을, 탑을 그리고 대발견등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들을 봅시다. 수천 킬로미터나 저편에 있는 것, 혹은 벽이나 방 안에 숨어 있는 것, 위험을 무릅써야 접급할 수 있는 것, 사나이들이 한없이 사랑하는 여성과 어린이들, 이 모든 것을 봅시다. 그리하여 즐기고, 놀라고, 배웁시다." - 헨리.R.루스의 라이프지 창간 예고문에서, 193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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