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 - 사회학자의 눈을 통해 본 프로이트의 삶과 사상 그리고 정신분석학
김덕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책 부제엔 '사회학자의 눈을 통해 본 프로이드의 삶과 사상 그리고 정신분석학'이라 되어 있는데 무의식을 억압하는 자아(초자아)를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가족)로 확장 해석하려는 시도외엔, 솔직히 제목까지 달만한 정도의 독특한 사회학적 관점은 잘 못 느꼈다. 단지 정신분석학 이론 자체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적/학문적 맥락이라는 큰 틀 속에서 바라 본 정신분석학을 유기적,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산업 혁명 후 모든 패러다임이 바뀌고 새로운 과학과 철학의 태동 속에서, 무의식이라는 미지의 정신영역을 발견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과 맞먹는 혁명적 지성의 진보였다. 주목할 부분은, 미시적/개인적 차원을 넘어 거시적/사회적 해석 이론으로까지 확장된 이 파격적 학문이, 어느 날 갑자기 천재 과학자의 머릿속에 번쩍하고 떠올라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프로이드의 지적 호기심과 성실한 탐구와 실험, 시행착오, 석학의 가르침을 받아 들여 오류를 발견하고 보완해 자신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는, 평생에 걸친 한 인간의 부단한 자기 노력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관련 과학자, 의사, 철학자들과 그들의 학문적 성과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사진을 덧붙여 느린 호흡으로 설명 하면서, 초기의 과학적 접근과 말기의 사변적, 철학적 접근, 무의식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비계몽주의적 측면과 동시에 이성의 힘을 긍정하는 계몽주의적 측면, 결정론적이면서도 자유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신 분석학의 이중적 측면들을 부각시키고, 남성 중심적 해석과, 외디푸스 컴플렉스의 보편적 적용 불가라는 한계도 동시에 지적한다.   

마지막에 나치와 독일민족의 죄의식 부재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기술한 장이 있는데 꽤 흥미롭다. 독일 국민은 이상화된 자아로서 히틀러를 사랑했고, 그가 죽었을때, 자아 상실에 따른 우울함을 겪어야 하는 것이 마땅했지만, 심리적 방어기제로서 의식적으로 히틀러의 존재를 그들의 기억 속에서 지우고 모든 책임의 원인을 히틀러라는 개인에게 돌려버림으로써 개개인은 자신의 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천황을 향한 일본인의 감정, 베트남을 향한 우리의 감정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 될 수 있을까?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영혼의 해방 과정에 대해, 자유 연상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 외엔 id의 억압된 욕구를 과연 어떤 식으로 의식의 세계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지, 욕구 충족과 사회적 규제 사이의 적절한 조화란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것인지, 완전한 해방이란 것이 가능하긴 한건지, 한 번 해방된 억압의 재발 가능성은 없는지 등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있는 설명 혹은 사례 제시가 없어 좀 아쉽긴 하다.     

*책 접기  

"공장은 철저한 규율사회가 되었다...즉 개인들은 노동과 생산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공적,사적 삶의 영역에서 육체적 또는 감정적 욕구와 욕망을 통제하고 합리적으로 행위할 것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가족과 학교등 사회화 기관은 개인들에게 이러한 규율사회의 이념을 교육했다. 이 모든 것은 산업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양성하고 공급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개인들에게 강제적으로 요구된 자기통제와 자기유율은 그들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졌다."   

"..사실 오랫동안 존경하고 감탄해마지 않은 아버지를 살해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전혀 밝혀지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홀로 탐구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고독한 일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고통과 고독이 있었기에 과학혁명이 가능했다. 만약 그러한 고통과 고독을 감내할 수 없었다면 프로이트는 그저 샤르코나 브로이어의 충실한 아류에 머물렀을 것이다." 

"인간은 이웃을 상대로 그 자신의 공격 본능을 만족시키고,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이웃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동의도 없이 이웃을 성적으로 이용하고, 이웃의 재물을 강탈하고, 이웃을 경멸하고, 이웃에게 고통을 주고, 이웃을 고문하고 죽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다." 

"프로이드는 인간을 어떠한 경우에도 관계 속에서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충동이나 욕망은 그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우리가 인간의 충동과 욕망을 그리고 그 발현을 선과 악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그것이 인간 공동체의 욕구나 요구와 어떠한 관계를 갖느냐 하는 문제이다." 

"자아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문화와 사회를 위한 첫 번째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러므로 문화는 인간에 대해 필연적으로 양가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즉 각 개인은 사실상 문화의 적이지만, 동시에 문화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