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나의 차이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8년 6월

조지 오웰의 백프로 실제 체험담이라고 생각 하면서 읽었지만, 역자 후기를 보니 허구적 부분도 있다해서 좀 놀랐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중요해서가 아니라,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사실적으로 잘 썼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제목대로 조지 오웰이 겪은 파리의 접시닦이와 런던의 부랑자 생활과 그 속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 군상들에 대한 사실적 이야기다.   

작가는 겨우 가난의 언저리쯤이라고 표현 했지만, 개인적으로 돈이 없어 며칠씩 굶은 적도, 해고 당한 적도 없고, 더구나 영국과 프랑스의 화폐와 물가 개념이 제로인 내겐, 책에 그려진 '가난'은 사전적 의미 이상의 '가난'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의 힘은, 먼나라 사람들의 지지리 궁상맞은 가난기를 통해, 가난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한다는 점이다. 가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작가의 통찰력, 자기 연민 혹은 감정 과잉 없는 담담하면서 때론 유머스럽기까지 한 문체, 부랑자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 일과 자선의 본질, 법의 불합리함과 제도의 개선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충분히 사전적 의미의 가난 그 이상이다.    

내가 가진 것,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과연 그것들이 오로지 나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 조그만 회사 경리와 괜찮은 회사 간부를 구분짓는 요인은 뭔지. 인생 고고씽이다가도, 재수 없으면 신문지 덮고 지하도에 누워 잘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근본적으로 그들과 나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없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의 해악을 떠나 오로지 돈을 버는 능력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가난과 부랑은 결국 그들 자신의 게으름과 무능함 탓이라는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는지. 이래 저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이 지닌 이런 강한 설득력은, 굶고, 추위에 떨고, 병들고, 총까지 맞는, 구지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오만 가지 고생을 자처했던 그의 치열한 작가 정신과 시대정신에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조지 오웰에게 무한한 존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