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조지 오웰과 윌리엄 포크너를 읽고, 어려운 곱셈 암산도 척척, 더구나 물건을 움직이게 하는 초능력까지 겸비한 다섯 살 짜리 천재 소녀 마틸다. 실제로 이런 다섯 살 짜리가 옆에 있다면 소름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소녀의 능력은 놀랍다. 더구나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의 이런 능력에도 불구하고 티내지 않고 겸손하기까지 하다는 것. 이런 조숙한 마틸다와 달리, 마틸다의 부모는 마틸다에게는 티클 만큼의 관심도 없다. 사람들을 속여 중고차를 팔고, 자신의 사업 후계자로서 아들만 쳐주는(?) 비열한 아버지와, 외모 가꾸기, 게임에만 열중하는 무식한 엄마. 한 술 더 떠, 마틸다의 교장 선생님은 육상선수 출신의 엄청난 뚱뚱보 - 로알드 할배의 사진을 보니 완전 말라깽이던데, 혹시 로알드 달은 뚱뚱함 자체에 대한 혐오가 있는게 아닐런지. 그의 작품 속 사악하거나 미련한 인물들은 모두 엄청난 뚱뚱보로 묘사되는데 아이들에게 그릇된 이미지를 심어 줄까 약간 우려도 된다- 로, 아이들을 혐오하고 자신이 가진 교장이라는 지위와 물리적 힘으로 약자인 아이들과 선생님을 괴롭히는 무자비한 권력자로 군림한다. 더구나 제니퍼 선생님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재산을 가로챈 고모였음이 밝혀지면서 사악함은 절정에 달한다.  

책에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부모와 교장 선생의 강자로 군림하는 폭력적 모습과, 반대로 그 엄청난 힘 앞에서 찍소리 못하고 억압당한 제니퍼 선생님을 통해, 절대 권력에 짓밟힌 약자의 무기력함과 나약함이 그려지지만,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 보면, 아이들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애들이 무슨 힘이 있는가. 그들 앞에서 어른들은 절대 강자이며, 부당함을 알고도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인 것이다. 단지 나이가 많고 크고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약자에게 신처럼 군림하려는 지배 욕망은 우리 누구에게나 잠재적으로 내재되어 있고, 이런 욕망에 휘둘릴 때, 마틸다와 같은 비정상적인 아이 캐릭터가 생겨나는 것은 아닐런지.  

잊고 지냈던 비열한 어른들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도 마틸다의 통쾌한 복수극이 그렇다고 또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이 복잡한 감정은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