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홍은택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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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개념 완전 꽝인 내가, 책 맨 앞 장에 있는 미국의 50개 주 지도를 펼쳐놓고, 저자가 방문한 10개 주 (캔자스, 오클라호마, 텍사스, 미주리, 아이오와, 아칸쏘, 일리노이, 미시건, 캘리포니아, 워싱턴 D.C) 를 동그라미 치고,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며 한 주 한 주 재밌게 읽었다. 일종의 기행문 형식인데, 직접 발품 팔아 찾은 장소를 통해 미국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방식이 내겐 꽤 신선했다.    

미국하면 언뜻 떠오르는 풍요와 기회의 땅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저자의 발길이 닿은 곳마다, 나는 미국에 드리워진 어두운 쇠락의 기운을 느꼈다. 두꺼운 화장 밑에 감춰진, 잡티와 기미, 주름 투성이 천지인 노쇠한 일류 배우의 쌩얼을 살짝 훔쳐 본 느낌이랄까. 약간의 생소함과 비아냥거림 그리고 그저 남일 같지만은 않은 이상한 불안은 뭘까. 미국의 자본주의를 최고 모델로 삼아 열심히 따라했고 따라하는 우리에게도, 영세 자작농의 몰락, 소비자와 기업 위주의 시장 환경, 실업률 상승, 빈부격차의 심화, 정경유착, 노조의 와해, 자본의 탈 국가화, 보수세력의 정치,언론 장악등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지 않은가 말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곳의 이야기라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외로 GM, 맥도날드, 월마트, 코카 콜라 등, 나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미국의 국가 대표들과, 마이클 무어, 8마일, 제씨 제임스의 암살 등 간간히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저자의 미국을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과 적절히 버무려지면서, 너무 심각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감으로 균형을 맞춘다.   

특히 대통령제를 최초로 실시할 정도로 민주주의의 표상인 미국에서의 선거 현실은 나의 짐작과는 꽤 달랐는데, 투표율은 30%대로 지극히 낮고, 현역 의원들은 10선 20선의 철밥통이며, 선거일은 공휴일도 아니고, 2002년 상원 의원의 평균 선거자금이 60억 상당으로, 돈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TV 선거 광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돈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뼛속까지 철저한 돈의 세계, 바로 그 돈판의 핵심에서 밀려났기에, 미국의 노동자, 흑인, 소수자들에겐, 가난한 현실이 우리보다 오히려 몇 배나 더 살벌하고 고달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미국엔 무슨 무슨 센터니, 단체니 하는 시민 조직이 우리보다 훨씬 다양하게 잘 발달되어 있고, 이런 단체들이 있어 그나마 미국이 지탱되는 것은 아닌지. 저자 자신도 말한다. 돈보다 인간의 가치가 존중받는 희망의 땅을 만들기 위해선, 자본의 전 지구적 이동을 막아야 하고, 그걸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의 조직화된 힘으로 법을 제정하는 거라고. 역시 결론은 시민의 조직화된 힘이었단 말이지.  

*책 접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잡지인 <하퍼스>의 편집장 루이스 래펌은 저서 <호텔 아메리카>에서 이런 미국을 나라가 아니라 호텔로 비유했다. 호텔에서는 돈을 많이 낼수록 대우가 달라진다. 그리고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가는 투숙객이다. 호텔의 목표는 이윤창출이다. 투숙객의 복지가 아니다. 투숙객은 호텔의 경영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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