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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1 - 미국 : 미국역사 편 ㅣ 먼나라 이웃나라 11
이원복 글 그림 / 김영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492년 콜럼부스의 아메리카 대륙 상륙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다사다난한 역사를, 세계 정세에 대한 부연 설명까지 곁들여 책 한 권에 정리 한다는 것도, 그리고 그 압축된 정리를 쫒아 읽는 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10편의 내용 혹은 이런 저런 관련 책들의 내용을 다시 기억에서 불러오며 다 읽고 나니, 급피로감이 몰려 온다.
너무 뻔한 소리겠지만, 미국 역사를 알아야 미국 소설을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고, 유럽 역사를 알아야 유럽 소설을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겠나. 링컨의 노예 해방 -실제로 링컨은 노예 해방 자체 보단, 연방 분리를 막는게 주 목적이었다고 -을 읽다가, 짐이 미시시피강을 따라 도망치려 했던 주가 미주리주(노예주)에서 일리노이주(자유주) 였다는 것을 떠올리고, 시카고 헤이마켓 폭동에서, <강철군화>에서 묘사되었던 시카고 코뮌을, 1849년 캘리포니아의 골드 러쉬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에 나왔던 주인공의 금광 타령을, 1870년대 대륙 횡단 철도 건설에서 <제 49호 품목의 경매>에서 언급되었던, 철도 우편 서비스 개시와 트리스테로의 음성화, 프랑코 정부를 지원한 독일과 이탈리아 부분에서 <카탈로니아 찬가>등을 떠올리며,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절대 진리를 생각했다. 수능이나 소설이나 역시 기초, 특히 역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나 할까.
듣던대로, 개코 정치, 잭사모, 조중동을 들먹이며 은근히 참여정부를 까기도 하고, 공산혁명, 반기업가 정서에 대한 비판, 이라크 전쟁 원인을 후세인의 도발로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등, 전체적으로 보수적이고 편향적인 작가의 시선이 11편에선 좀 두드러지나, 이러쿵 저러쿵 해도 짧은 분량에 정리 하나는 잘 했다고 인정할 껀 인정해 줘야 할 듯.
국가의 영토까지 돈으로 사들인 나라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멕시코로부터 캘리포니아, 애리조나등,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 조지 워싱턴 -독립전쟁- 앤드루 잭슨-뉴올리언즈 전투- , 아이젠 하워- 2차대전-등 목숨 걸고 전쟁에 참가한 전쟁 영웅들이 대통령이 된 나라, 독립전쟁, 남북전쟁, 1,2차 대전 등 전쟁을 통해 국력을 키우고 부를 형성한 나라. 돈과 총과 피의 나라 미국.
사람으로 치자면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에서 시작해 온갖 고생 끝에, 때론 무자비하고 비도덕적인 방법도 불사해가며 억척같이 돈 모아 이제는 떵떵거리며 유세하는 자수성가자라 할까? 건국도 독립도 모두 남의 손 빌리지 않고 그들 손으로 피 흘려가며 직접 이루어냈으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척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었던 척박한 환경 속에서 길러온 강인한 생명력과 자립 정신은 높이 사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먹고 살만 하지 않은가.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청교도 건국 정신으로, 제발 돈만 많고 철학 없는 천박한 졸부 행세 그만 하고 가진자로서의 여유, 강자로서의 위신을 지키면 좋겠다는 생각은, 세상 물정 모르는 철 없는 소리일까? 미국의 전성기는 과연 언제까지일까?
마지막으로, 존 브라운이 흑인 봉기를 선동 하였을때, 흑인들은 왜 참여하지 않았는지, 남북 전쟁에서 남부군으로 출전한 흑인들에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란게 있었던 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노예로부터 시작한 잔인한 착취와 차별의 긴 역사 속에서, 뭔가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만한 흑인들의 강한 저항은 왜 없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