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울 신랑이 아니었다면 아마 죽었다 깨도 내가 읽으려고 사지는 않았을 책. 덕분에 평생 볼 패션 사진 -화보라고 해야 되나?- 실컷 봤네. 사실 사진이 너무 많아서 살짝 지루하기까지도. 가끔 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생각을 하는데, 내 머리 속에 패션 센스 관장 회로가 선천적으로 결핍되어 나의 옷입기가 이 모양인지 아님, 옷을 절대로 받혀 주지 않는 나의 풍만하고 짧은 하체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패션 따위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게 된 건지 말이다. 아님 둘 다 상호 복합적? 아무튼 나는 구멍난 팬티도 마다 않고 입고, 지각하기 싫어 신발도 짝짝이로 신고 출근하고, 엄마가 구포장에서 사준 할매 바지를 입고도 아무렇지 않게 동네를 돌아 다닐 수 있는 사람이다. 나름 이쁘다고 고르는 옷마다 도대체 눈이 어디 달린 거냐고 신랑에게 핀잔 듣고, 옷 좀 신경쓰고 입고 다니라는게 해외로 발령나 떠나는 상사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은 충고 따위였으니. 이 책을 보면 뭔가 패션에 대한 실눈이라도 뜨일까 하는 - 지금 생각해 보면 가당찮은(?) 기대- 생각도 사실 조금 있었으나, 어디 책 한 권 딸랑 본다고 없던 패션 감각이 갑자기 생기겠나. 그러면 세상이 온통 런어웨이게.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라' 뭐 이게 패션의 주 골자인듯. 근데 어렵다. 도대체 옷으로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라는 건지? 책엔, 다양한 인종의 남녀노소가 등장 한다.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프로페셔녈하게 멋지다. -사진빨인가? - 대개가 쭉쭉빵빵한 몸매의 서양인들이지만, 혹가다 못 생긴 사람도 있고, 키 작은 사람도 있고, 대머리도 있다. 그러나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자세히 보면 뚱뚱한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뚱뚱한 여자는 말이다. 내 기억에, 할머니 한 두 명에, 에펠탑으로 수학 여행 온 젊은 학생 한 둘 이 다 였던 거 같다. 역시나 옷빨 받으려면 역시 좀 길고 말라줘야 하는 것인가.  

멋지다고 생각되는 스타일과 적용 가능한 스타일 사이의 간극은 너무 넓어, 차떼고 포떼고 나니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스타일은 겨우 두 세 가지 정도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독자들이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각각 영감을 얻어 저마다 다른 결론을 내렸음 한다고 하는데, 나의 결론은 '이 두 세 가지 스탈 + 살빼자!" 쯤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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