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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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를 주리를 틀어가며 읽었다. 2부 조금 읽다가 포기할까 했는데 만약 끝까지 안 읽었더라면 이 책은 영원히 나에게 그냥 별 두개짜리 지루한 소설로 남을 뻔 했다. 반전이다. 그리고 그 반전은 책을 다 읽었을 때 일종의 섬짓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금 오바하자면 이런 것이다.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짐. 알고보니 바로 내 모습이었다.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나도 잘 몰랐던 나의 내밀한 본성이 파악되고 그래서 신기하고 쪽팔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가. 그의 나약함과 유치한 허영심, 딴엔 진지함, 남들과 다른 자신에 대한 우쭐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그의 선택이 이해 되면서, 한 젊은이의 로맨틱한 똥폼잡기를 마냥 까기도, 그렇다고 대단하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감정. 다만 짐의 진정성 만큼은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 사실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그의 마지막 선택이, 말로의 말대로, 허깨비 같은 이상적 행위와 혼례를 올리기 위해 살아 있는 여인을 버리고 떠난 도도한 이기주의로 비난 받아야 할지, 자신에게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에 대한 죄의식과 책임으로 칭송 받아야 할지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언제까지나 독자에게 해명되지 않은 미스테리로 남게 될 우리들 중 한 명, 알 수 없어 매력적인 캐릭터, 짐을 창조해 낸 -그것도 백년전에- 인간 본성 심층부 탐사 전문가인 조셉 콘라드에게 홀딱 빠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책 접기 

"아무런 환상도 가지지 않고, 그래서 안전하게 살고, 그래서 이득도 보고, 그래서 멍청하게 지내는 것은 존경받을 만한 일이지. 그러나 자네들도 한때는 삶의 강렬함이나 자질구레한 일들의 충격속에서 자아내어진 매혹적인 빛 같은 것을 체험했을 거야. 그 빛은 싸늘한 돌을 때려서 만든 섬광처럼 경이롭지만 딱하게도 너무 단명하는 법이야." 

"진리가 이길것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하지만 진리도 기회를 얻어야 이기는 법이라고.법칙이 있음도 의심할 수 없지. 마찬가지로 주사위를 던질 때는 어떤 법칙이 우리의 운명을 규정하는 법이야. 고르고 세심한 균형을 유지해 주는 것은 인간이 하인처럼 부리는 정의가 아니고 우연이나 운명이나 행운같은 것들로서 모두 참을성 많은 시간과 연대 관계에 있지." 

"잔인하고 끔찍한 파국에 처해 보아야만 비로소 우리에게서 진실을 짜낼 수 있는 법이니까." 

"허영심은 늘 우리의 기억을 상대로 음침한 속임수를 쓰는 법이며, 모든 열정의 진실은 그것을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게 할 약간의 거짓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천둥을 머금은 구름처럼 사람들의 머리 위에 걸려있던 인간 운명의 돌발적인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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