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6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로와의 두번째 만남. 이번엔 짐이란 청년을 소개시켜 준다. 일단 선원이란 직업, 그리고 배에서의 생활이 가깝게 와 닿는다. 그러나 흥미를 끄는 것도 잠시. 서술은 지나치게 자세함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이며, 매끄럽지 않은 번역 또한 지루함을 보탠다. 무엇보다 그 지리한 지면의 할애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해하기 힘든 짐이란 캐릭터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지나치게 섬세한 인간이라는 말로의 친절한 설명을 읽고도 마저 못 눈 똥 처럼 찝찝하니 말이다. 말로의 말대로, '어떻게' 보다는 사건의 본질인 "왜?"가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탈출은 무서워서 그랬다 치자. 이해할 수 있다. 나라도 그랬다. 그러나 솔직하게 시인하지 못하고 어설픈 변명 -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동료의 외침에 그냥 순간적으로 뛰어내렸다- 을 늘어놓는 찌질함에서 기어이 재판을 받겠다는 대범함으로의 급전환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어설픈 허영심인가? 아니면 진정한 용기인가? 그것이 진정한 용기라면, 짐은 나약함과 용기를 동시에 지닌 인간 존재의 표상인가? 아무 개연성 없어 보이는 브라이얼리의 자살은 또 왜? 아직까지는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지루하지만 꾹 참고 2부로 넘어간다.  

*책 접기 

"지극한 행복은 이 지상의 어디에서든 -뭐라고 해야 할까- 황금 잔에 담아 마실 수 있지만 그 맛은 마시는 사람에 달려 있어서 각자는 원하는 만큼 그 속에 도취할 수 있는 법이지." 

"그에게는 섬세한 감성, 섬세한 감정 및 섬세한 동경이 있었는데, 일종의 승화되고 이상화된 이기성이기도 했지. 이렇게 말해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너무 섬세하고 섬세해서 아주 불행했던 거야. 조금만 더 거친 성격이었다면 그런 마음고생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한숨 짓거나 불평하거나 아니면 너털웃음을 웃으며 자신과 화해 했을 테니까. 좀 더 거친 성격이었다면 아무 상처를 받을 수 없을 만큼 무지했겠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내게는 전혀 흥미가 없었을 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