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0
고미숙 지음 / 책세상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근대 계몽기(1894~1910)의 한국적 메커니즘속에서 근대적 주체로 태어나기 위한 세 가지 필수 테마, '민족' '섹슈얼리티' '병리학(기독교)'이 어떻게 '코드화'되어 사람들에게 이식되고, 우리 무의식 속에 깊이 각인 되었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작가는 상실과 부재, 불연속에 기인한 '역설'과 '아이러니'라는 키워드로 접근한다.       

나라를 잃어버린 특수한 상황에서, 절대 가치를 지닌 '민족'이라는 개념을 고안하지 않았으면, 여성의 성적 욕망은 무시한 채, 오로지 훌륭한 국민을 생산하고 교육하는 모성성만을 부각시키지 않았으면, 건강한 국민이 국력의 바탕임을 강조하지 않았으면 달리 어떤 수가 있었을까? 상식을 뒤엎는 작가의 분석에 흥미로워하고, 꼬장꼬장한 비판적 견해에 때론 완전 동감하고 때론 살짝 억지스럽지 않나 의심하면서도 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바로 이거였다. '어쩔 수 없지 않았나?'   

근대 계몽기의, 전도된 혹은 재구성된 '코드화'의 결과로, 극단적 증오와 적대적 이분법이 우리 무의식의 심층에서 여전히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는 현실에서, 작가가 밝혔듯 '근대성의 심연에서 그 외부를 사유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면, 전복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는 작가의 제안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거겠지. 어떻게 잘못된 건지 일단 알자. 알았으면 이제 벗어나자. 그리고 다른 것도 좀 (상상)해 보자!!  

*책 접기 

"한 시대가 불가피하게 요구했던 어떤 사유와 행동의 체계들이 능동적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오직 중력의 장치로만 기능할 때, 그것은 다만 억압기제일 뿐이다. 게다가 이 질곡을 질곡으로 보지 못하게 할 정도로 '반동적'인 힘이 작용할 때, 방법은 오직 하나, 그 근저를 폭파함으로써 그로부터 결별하는 도리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모든 주체들은 이미 견고하게 짜여진 틀 위에서 사유하고 기억하도록 '코드화'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시도해야 할 것들은 이러한 기억들의 배치를 변환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상상의 가능성을 최대한 증식하는 것. 이것이 무의식의 심층을 탐사하는 진정한 목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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