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두셀라의 아이들 오멜라스 클래식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김창규 옮김, 이소담 그림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생이 꿈이었던 한 부자의 재산과 유지로 설립된 재단의 지원하에, 선천적으로 장수하는 집안 자손간의 계획된 교배(?)에 의해 탄생한 장수족들이, 장수의 비밀을 캐내고자 하는 단명족들에 의해 종족 전체가 제거될 위험에 처하자,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떠나고 - 베르베르의 빠삐용이 안 떠오를 수가 없지, 실망이야 - 실제로 두 군데 행성에서 정착 시도를 하나 결국 실패하고 지구로 귀환 했더니 그 사이, 단명족들은 자력으로 장수의 비결 - 김일성이 시술 받았다던 젊은 피로 싹 갈아주기-을 터득하여, 장수족 단명족의 차이가 더 이상 의미 없어진 지구에 안전하게 귀향하여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은 뉘앙스로 끝났다는 이야기더라. 적군과 아군 내 삼중 사기극, 여론의 선동 조작, 군중심리와 개인심리간 간극, 사회의 초기 형성 과정, 근친 교배, 내 머리론 도저히 이해 불가한 수학/과학 이론 등, 하인라인 특유의 유머와 정치, 종교, 심리,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울트라 능력의 엘리트 캐릭터가 끌고 가는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선, 전체적으로 마이 약하다.

주인공은 라자러스 롱 - 이름부터 롱이니 아주 길게 살 팔자겠지- 사실 이 캐릭터는 이 책만으로는 종잡을 수 없다. -미래사 시리즈에 계속 등장한다고 하니 좀 더 읽어봐야 겠다.- 장수족의 최연장자로서, 종족의 탈출과 귀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형적 지도자 컨셉은 아닌 듯하다. 종족에 강한 소속감이나 애착이 없으면서도,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가나안을 찾아가는 모세를 연상시키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으며, 어차피 모두 죽을테니 결말은 정해져있다는 식의 회의주의적 모습을 보이다가도, 막판엔 나무에 올라간 원숭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상반되는 모습 보여 주시니.   

결국 나는 이 책을, 나보다 우월한 혹은 다른 존재에 대해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질투와 증오에 대한 이야기라고 결론 지었다. 장수족에 대한 단명족의 질투, 자캐이라인의 신과 작은 사람들에 대한 라자러스-장수족-의 혐오 - 실제로 그들은 모두 작거나, 입이 양 옆으로 벌어져 있다거나, 기형아의 형태로 묘사된다-  그 둘 다, 자신보다 우월한 혹은 다르게 생긴 존재를 평화롭게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본질적 차원에선 차이가 없다. 나보다 돈 많은 사람, 나보다 똑똑한 사람, 나보다 이쁘고 날씬한 사람, 나와 생김새가 다른 사람, 그 수많은 사람들을 향한 나의 들끓는 질투와, 이유없는 적대감과 혐오도 마찬가지겠지.   

*책 접기 

"이런 일들은 지나가게 돼 있어요. 전젱에 불황에 예언자에 서약같은 것들은 때가 되면 사라져요. 가만히 앉아서 살아남으면 되는 거지요." 

"라자러스는 보기 좋게 문명화된 사회도 한 꺼풀만 벗기면 사적 제재의 법칙이나 군중 폭력이 지배한다는 것을 거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 '가진 걸 정부 걸어보기'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고,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칫솔도 챙기지 말고, 고양이도 묶어두지 말고 일단 저지르고 보라!" 

"몽둥이와 돌멩이는 내 뼈를 부러뜨릴 수 있지만 말로는 내게 상처를 줄 수 없다." 

"그 사람이 원래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본인과 신만이 압니다. 당신도 모르고 나도 모릅니다. 하지만 계획의 방향은 그것과 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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