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군화 잭 런던 걸작선 3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소위 미래소설이라고 하는 작품들을 읽을 때 마다 '이 작가는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지 오웰, 자마친, 헉슬리 등이 그랬다. 뒤늦게 잭 런던이라는 또 다른 천재를 발견한 기쁨이란!! 아무래도 타임머신 타고 와서 좀 살다들 돌아가서 쓴 책들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똑 떨어지게 현실을 예견할 수 있을까? 적중률 95%의 족집게 강사 수준이다. - 비정규직과 달라도 너무 다른 노동귀족들, 당선 되고도 일 못하는 모 도지사, 특권을 넘어 대통령까지 해먹은 군대계급, 권력의 충실한 시녀 언론, 법조계 등등-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이 105년 전에 씌어진 소설인가, 최근에 쓰여진 사회 과학 서적인가 했다. 또한 미래소설의 틀을 빌려, 알기 쉽고 재밌게 쓰여진 사회주의 입문서이기도 했다. 동시에 1900년대 초반, 미국의 노동현실, 정치/종교 상황, 사회주의 풍조등도 엿볼 수 있었다. 잉여가치 소비를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제국주의의 먹잇감 중 우리도 하나였기에 우리와 무관 하지 않은 배경들이 더 와 닿았다. 압축화된 근대화 과정과, 한국전쟁,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사회주의의 '발단 전개 절정 위기 결말'의 자연스러운 과정이 거세된 특이한 시츄에이션 속에서, 우리나라 자본가 계급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골치아픈 계급투쟁에 신경 쓸 일 없이 정부의 비위만 맞추면 됬을테니까.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어니스트 에버하드 -honest eberhard 겠지만 everhard로 자꾸 연상된다. 고생 끊길 날 없는 운명의 정직한 사나이(?)- 같은 독수리같은 혁명가, 양 같은 연인이 있다면 누군들 그를 사랑하지 않으리오. 혁명가로서의 그의 삶에선 김산이, 예리한 사회/경제 분석엔 촘스키나 홍세화가, 록펠러에선 커트 보네거트의 로즈워터가 언뜻 보인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사상의 원류를 찾아가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도 만만찮다.     

잘 나가다 끝에 가서 맘에 안드는 점도 있긴 하다. 수퍼 울트라 혁명가인 어니스트와 그의 '혁명가' 계급이 꿈꾸는 혁명 속에선, 그들이 영웅이자 주인공이며, 임금 노동자들은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마치, 월드컵에서 차범근이 차두리 로봇을 조종 하듯이, 혁명가들은 노동자 계급을 동참시켜 - 이용(?)이 더 솔직한 표현 이겠지- 혁명을 이루려 한다. 시카고의 살육 속에서, 어니스트의 아내는 혁명가답지 않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죄없는 동료를 둘이나 희생시키고, 어찌된 일인지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남편에게 구조되어 있다. 어니스트는 밑바닥 짐승들 -어떻게 짐승이란 표현을 썼는지- 을 선동하여 적들과 계속 대치하도록 내버려 둔 후, 시대와 이념을 초월한 지도자 본능(?)인 '탈주 본능'을 발휘하여, 지 마누라만 델꼬 시카고를 쏙 빠져 나온다.  

작가는, 책에서 자본주의의 수명을 300년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앞으로 200년 정도는 더 해 먹을 수 있다는 말 되시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곧 권력인데, '돈' 없는 노동자 계급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책에서 말한, 강철군화를 파괴시킬 특권계급은 도대체 누가 될까?

*책 접기 

"그에 대한 호감은 지성과 논쟁을 넘어선 다른 무엇에 기초하고 있었다. 그의 불룩한 근육과 프로 권투선수 같은 목과는 관계없이 나는 그에게서 천진난만한 소년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적인 허세꾼의 겉모습 속에 섬세하고 예민한 영혼이 숨어 있다고 느꼈다. 나는 이것을, 여자의 직감이라는 것외엔 표현할 길이 없는 방식으로 감지했다." 

" 그들 중 누구도 자유인이 아니죠. 그들은 무자비한 산업기계에 매여 살아요. 그것의 비애와 비극은 그들이 마음의 끈에 매여 산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그들이 본능적으로 보호하려고 드는 어린 생명이죠. 이런 본능은 그들이 가진 그 어떤 윤리보다 강해요."  

"인간의 약점 중 하나가 욕망이 생각의 근원이란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말이죠" 

"그들은 믿을 만한 영혼을 가진 온건한 개혁가들을 세우길 좋아해요." 

"만나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경악했고,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지적인 삶의 부재였다고 했다."  

"자본가 계급이 사회를 잘못 경영한 것 입니다."  

"언론의 기능은 여론을 조작해 기존 체제에 봉사하는 것이고, 그 봉사를 썩 잘해내고 있죠." 

"인습적이거나 상투적인 가치는 아버지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중략 어떤 면에서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위대한 어니스트보다 아버지가 훨씬 더 위대했다." 

"나는 그가 영혼의 구제를 바라지 않고 이 세상에서 엄청난 일을 하는 것 때문에, 또한 그가 그 자신과 그의 영혼에 대해 자만심이나 제왕의식을 가지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겸손한 것 때문에 그의 유물론을 용서해 주었다." 

"과두지배계급을 움직이는 최고 추진력은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중략. 요지는 오늘날 과두지배체제의 힘은 자기 자신이 옳다는 자기만족적 이해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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