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헤이번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대니얼 클로즈 글.그림, 박중서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얼음이긴 하지만, 피난처(haven) 라는 평화로운 마을 이름과 달리,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공포의 복마전 속에서 살아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자잘한 이야기들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 사는 세상, 우리 사는 모습과 별로 다를 것도 없다.  

Leopold 와 Loeb란 똑똑한 두 청년이,  완전 범죄를 목표로 지루한 일상에서 심심풀이 삼아 저지른 실제 유괴 살인 사건이 변주 되어, 아이스 헤이번에서도, 데이빗 골드버그라는 아이가 실종된다 - 뚱뚱한 몸에 시무룩한 표정. 내 옛날 모습과 완전 꼭 닮지 않았는가? 깜짝 놀라 신랑과 함께 깔깔거렸다. 척봐도 우울이 뚝뚝 떨어지는 그 캐릭터를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늘을 감사한다. ^^;- 

아이의 실종을 둘러싸고, 혹은 무관하게 각 캐릭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외톨이 데이빗,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지 못해, 비뚤어진 방식으로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 잡으려 했던 시인 랜덤 와일더 -몇 개는 건질게 있다며, 변기에 버렸던 작품들을 구질구질하게 다시 건져 내는 장면은 씁쓸했다.-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남자의 사랑을 구걸하는 바이올렛, 그런 바이올렛을 사랑 하지만, 이루어 질 수 없는 열망으로 괴로운 꼬마 철학자 찰스 - 개인적으로, 제일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였다 - 아내와의 사이에 균열을 눈치 채면서도 아내를 사랑한다고 믿는 탐정 에임스와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 이들 모두 자신만의 세계에서 외부와의 소통을 시도하나, 결국 오해와 게으름으로 진실에 다가가지 못한다 - 실제로 바이다와 랜덤 와일더 모두 서로의 문학적 재능에 감탄 하지만 그 사실을 끝내 알지 못하고, 구멍 속으로 바이올렛을 엿보던 찰스의 사랑은, 이를 의붓아버지의 소행으로 오해한 바이올렛을 떠나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데이빗이 돌아온 날. 아이스 헤이번의 모든 사람들이 손을 잡고 불렀다던, 등골이 저릴 만큼 아름다운 노래. 그 노래가 나에겐 그저, 자신을 좆같이 대하는 세상과 이웃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사랑,  재능을 좀 알아봐 달라고 외치는 안타까운 목소리들의 합창으로 들릴 뿐이었다.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의심조차 전혀 없이'      

*책 접기 

"너 혹시 생각해 봤어? 사람은 모두 평등할까, 아니면 남보다 잘난 사람은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까?" 

"상대방이 도무지 내 열망의 깊이를 깨닫지 못한다는 걸 실감하는 게 얼마나 견딜 수 없이 괴로운지 알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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