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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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시각에서 정리해 보고 싶다.  

1. 김산에 대한 전기 - 김산, 그는 누구인가? 두서없이 적어본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몽골어, 독일어, 라틴어, 에스페란토어, 경제, 의학을 공부했던 사람. 단테, 톨스토이, 괴테, 테니슨, 키츠, 도스토예프스키, 발자크를 읽었던 사람. 아리랑을 좋아했던 사람. 젊음을 어디엔가에서 잃어버렸다고 했던 사람. 인간 해방의 비책을 배우고 싶었던 사람. 자신에 대한 완전한 신뢰와 자신감을 가졌던 사람. 나라를 넷이나 가진 국제주의자. 이념으로 무장한 행동하는 혁명가. 신념의 틀 속에 사랑을 가두어야 했던 사람. 어떤 종류의 나약함도 좋아하지 않았으며 잔혹함을 싫어했던 사람. 감옥 안에서조차 비밀회의를 조직하고 전술을 토의했던 속된 말로 뼛속까지 빨갱이었던 공산주의자.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 했던 사람. 모든 것에 실패 했으나 단 하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승리했던 사람. 마지막으로, 인생에 행복했던 기억이 하나도 없었던 사람 -'결국 내 본질 속에는 행복이라는 것이 없으며 행복을 찾는 것 조차도 잘못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 1920-1930년대 조선혁명운동의 일반적인 동향에 대한 설명서 - 민족주의, 무정부주의, 공산주의로 나뉘었던 조선 독립 운동의 흐름과, 각 진영 사이의 대립. 같은 진영 내 노선 분리 속에서의 김산의 이념적 변화 과정과 중국 공산 혁명, 조선 독립을 위한 활동을 쫒다 보면 자연스레 조선과 중국의 혁명/독립 운동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곳곳에 보이는 중국 민족성에 대한 그의 부정적 시각과, 결국 당으로부터 배신당한 그의 죽음을 보며, 민족주의는 결코 극복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3. 시대의 순교자들에 대한 한 편의 드라마 - 김산 뿐 아니라 이동휘, 이승만, 안창호, 이광수, 김충창, 김약산, 오성륜, 박진, 그 외에도 이름 없는 많은 조선인, 중국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껏 내가 읽은 모든 책을 통털어, 이 처럼 다양한 인물들의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는 작품을 본 적이 없다. 허구의 삶보다 실재의 삶을 더 극적으로 만들었던 잔인한 시대와 그 시대를 관통한 수 많은 인간들의 사랑과 삶과 죽음이 오래도록 아렸다.      

신념이란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어떻게 하면 한 인간이 그토록 강한 신념으로 똘똘 뭉쳐 끝까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나? 무한한 경외와 무한한 연민이 뒤섞인 감정으로 수없이 밑줄을 그었다. 그의 존재와 그의 삶의 방식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책 접기 

"사랑이란 주사 또는 수혈이거나 아니면 고독한 출혈이라고 생각되네."  

" 나는 잔혹성을 진리의 한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을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잔혹함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죽느냐 죽이느냐 하는 것이다. 진리를 혐오하는 것은 감정적 에너지를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일 뿐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잔혹함이 존재해 온 곳에 정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권력을 회복했을 때의 계급적 증오는 인간에게 알려진 가장 잔혹한 격정이지만" 

"내전에 참가하여 싸우는 사람은 이런 일들을 견뎌 낼 수 있도록 각자 자기의 철학을 만들어내야 한다." 

"너무나 진리에 가까운 질문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질문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자신에게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기가 틀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나름의 신념과 오류를 지닌 채 행복하게 죽어가도록 내버려두어라. 근본적인 질문으로 타인의 영혼을 괴롭히지 말라. 자기가 원하는 문제에 대해 자기 나름의 해답을 찾도록 내버려 두어라."  

"...나 자신의 삶과 오류와 지혜를 음미해 보는 동안 나는 자신에 대하여 강력하고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느꼈다. 그 때 이후 나는 한 번도 이 신념을 잃어본 적이 없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결코 꺾인 일이 없는 용기와 힘을 지녀왔다.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내 의견과 능력에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일단 어떤 과제에 마음을 쏟기만 하면 그 일을 반드시 해낼 수가 있다." 

"..확신을 갖게 될 때까지는 마음속에서 결정하기를 거부한다. 내 마음은 나한테서 떨어져 나간 물건 같았다. 즉 내가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를 달아보고 균형도 잡아보면서 움직이는 정밀기계 같았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 수단과 목적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단은 목적에 의해 유기적으로 창출되는 것이다." 

"내가 그 추악함으로 인하여 인간을 거부하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이 때, 인간성이 그 장엄함을 다시 보여줌으로써 나를 비웃고 있었다." 

"내가 묻는 것은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이고 무엇이 낭비인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쓸데없는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부차적인가 하는 것이다. 다년간의 마음의 고통과 눈물을 통하여 '오류'가 필수적이며 따라서 선이라는 것을 배웠다. 중략. 사람들은 실험을 통하여 비로소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실험은 사람들의 안전장치이며 권리이다. 거짓을 배우지 않는 자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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