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 스펙트럼/MFI 특가할인
가스파 노에 (Gaspar Noe) 감독, 뱅상 카셀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범상하지 않다.
다시 말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없는 영화란 이야기다.
시작부터 ending credit이 보이고 조명은 관객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다. 물론 카메라도 시종일관 흔들리며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스토리는 너무도 간단하다. 전 애인인 피에르와 현 애인인 마르쿠스와 함께 파티에 간 알렉스는 마르쿠스와 말다툼하고 혼자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러 지하도를 건너던 중 낯선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두 남자 친구는 여자친구의 복수를 위해 에스홀이라는 게이바를 습격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시간전개는 순차적이지 않다. 모든 게 역순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이러한 시간전개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보는 이는 점점 이러한 이야기의 진행방식에 익숙해진다. 결국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너무나도 돌이키고 싶어했던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남아있는 것은 처참히 부서져 버린 현재일 뿐이라는 것을 마지막 한 줄의 문장이 말해 준다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하지만 이런 반론도 가능하지 않을까?
"시간은 모든 것을 창조한다."
어느 쪽에 서는 가는 결국 나자신의 몫이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슈운지 감독, 스즈키 안 외 출연 / 엔터원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영화가 세상을 반영한다는 영화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공격적으로 표현하자면 쓰레기 같은 영화가 넘쳐 난다면 그 세상은 쓰레기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오랫만에 참 맑은 영화를 만났다.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 이 영화는 세상을 보는 맑은 눈을 가진 두 소녀의 일상의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항상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영화에 대한 감각 아니 생활에 대한 긴장이 너무도 오랫만에 접해보는 감성적인 이야기에 심각한 부적응 현상을 빚어내 영화상영 중간 중간 졸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들 그리고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감성적인 이야기 전개에 메말랐던 정서가 촉촉히 젖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번에는 가슴 설레는 친구와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졸지 않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홍글씨 SE (2disc) - 할인행사
변혁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베어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변혁 감독의 영화를 본 게 언제였던가?

2000년 4월 어느 봄날 소개팅 자리의 어색함을 모면하기 위해 들어간 극장에서 본 "심은하, 이정재" 주연의 인터뷰였다. 영화에 전혀 몰입하지 못했고 그냥 졸린 영화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는 그 뒤 관객에게 주목받는 감독이 아니었고, 나도 그의 이름을 잊었다.

'주홍글씨'란 변혁 감독의 영화를 봤다.
사진관 살인사건은 왠지 어디서 본 이야기의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고, 종국에는 그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의 단편인 사진관 살인사건에서 차용해 온 소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목이 말랐다.  물론 생리적인 욕구로 물이 필요한 탓도 있었겠지만, 영화내용도 나의 갈증을 계속해서 부추겼다.

 

나는 스릴러물도 달콤한 멜러도 모두 좋아한다. 그런데 퓨전이라는 장르는 그다지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장윤현감독의 Tell me something이나 접속에서 보여 줬던 아니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나 송능한 감독의 넘버3에서 보여주던 한석규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낯선 배우가 주홍글씨에는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전제척으로 너무 과도하다. 감독은 너무도 많은 걸 영화 속에서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스릴러도, 멜로도, 작품성도, 흥행도 모두 신경을 쓰고 싶어한다. 그래서 반전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좀더 담백한 영화가 요즘 내 정서에는 어울리는 것 같다. 
 

어쨌든 도입부의 이은주의 노래는 신선했다.

카이스트에서 그녀의 모습을 처음 대했을 때처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동호 2022-02-2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 스토리나 배역, 구성은 참 좋았던 거 같습니다. 다만 촬영 방식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말씀 대로 너무 많은 걸 넣으려는 감독의 욕심이 과했기 때문일까요… 배우 이은주 님, 너무 보고 싶습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김경일 지음 / 바다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시각과 의견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여러 가지의 유교적 관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유교란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즉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있어서 중심이 되는 근본적인 동양사상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의 시각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유교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판적인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항상 정답 찍기,점수,등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또 다른 방식의 생각과 대안을 없을까? 라고 되묻지 않고 항상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답 외에는 정답이 없다고 살아온 것이 우리 세대의 모습이다.

심지어 의사소통이 주 목표가 되어야 할 외국어의 학습마저도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점수)로만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실제 외국인과의 대화는 한 마디도 못하는 꿀먹은 벙어리만 양산해 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또한 옛 사람의 경전과 글에만 치우쳐 토론이나 문제제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수직적이고 상명하달식인 의사소통구조, 상상력과 위트를 용납하지 않은 엄숙주의, 간판, 명문대를 선호하는 패거리의식,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권력에 오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무마되고 미화되는 조선조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한탕주의적 속성 등등 실로 한국사회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여러 가지 유교적 폐해들을 다시금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도발적인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교의 역기능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촛점이 맞춰진 점도 있으나 정말 가슴이 후련한 신선한 충격을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지음, 신경무 삽화 / 한국경제신문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복잡한 수학공식이나 통계기법의 사용없이 실생활속의 여러 가지 일화를 통해 경제학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에서 쓰여진 책이다. 그러므로 가장 기초적인 경제학의 개념(효율과 공평, 보이지 않는 손, 절대가격과 상대가격 등)에서 출발하여 소비자 선택, 기업과 기업가의 세계, 시장의 형태와 구조, 정부정책의 실패와 정보경제학의 주요 이슈 등을 다양한 실례를 통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관한 것이었다. 글로벌 스탠다드란 한 마디로 선진국에서 널리 통용되는 가치기준으로서 그 핵심은 투명성과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투명성은 정직성과 공개성을 의미하며 앞으로 투명성이 결여된 국가나 기업은 21세기 경제전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둘째, 유연성이란, 각 경제활동 영역에서 시장 메커니즘이 어느 정도 기능하고 있는가와 관련된 개념으로 특히 자유와 공정한 경쟁의 원칙이 보장될수록 필연적으로 유연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준수는 우리 기업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커나가는데 꼭 필요한 요건임을 새삼 느끼게 했다. 그밖에도 서로의 전문성과 협조를 통해 상호간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본 고서점의 성공전략, 레몬시장과 역선택의 문제, 스톡옵션과 윈윈전략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경제의 기본적인 원리들이 쉬운 예제로서 많이 실려 있다. 본격적인 경제학 공부를 하기 전에 하나의 워밍업 단계의 책으로서 읽어 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