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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 조광우 장편소설
조광우 지음 / 아르테미스 / 2014년 7월
평점 :
일본. 원정녀 몰카 시리즈,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이 알려지고 가족에게도 공개가 되고 고통에 시다리던 한 한국인 여성이 자살을 한다.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유서를 남겼으나 그 유서는 중간에서 존재조차도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한국인 접대부의 알선책이었던 자의 시체가 발견됨으로써 다시 전면으로 부상하는데..
하반신이 탈의 되고 남근이 잘린, 누가 보아도 성적인 문제의 보복임을 떠올리게 하는 사체.
그로 인해 그를 고소한 한국인 접대여성 현정이 살인범으로 지목되고 종적을 감춘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살인.
이번 역시 성기를 잘린 사체. 죽은 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으나 몰카의 상대남이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과연 그들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그녀들에게 '더럽다'는 멍에를 씌우고 비난받게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단순한 몰카 사건이 아닌, 그 뒤에 도사린 음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상상을 더했다는 이야기라, 리뷰를 쓰기 전에 검색을 해봤다. (물론 책은 다 읽고 검색한 것임^^;)
근데......... 뭐랄까.............. 괜히 검색했다 싶다.
욕하며 찾아보는 자들의 이중적 모습에 씁쓸함만 더해진달까;;
다시 소설 얘기로 돌아와서,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일본인들이 내세우는 허무맹랑하고 양심없는 무뇌아스런 주장을 비꼬고 있다. 아니,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후기에도 똑같이 언급되는 걸 보면 화르륵~ 한 듯;)
일본인들은 이런 실화들을 끌어다가 자신들의 논리-정신대와 관련해서 자신들은 죄가 없다는 논리-를 정당화하려 하고,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여성들을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특히나 우익의 윗대가리들이.
그런 모습을 보면, 실제 저 일들도 진짜로 뒷배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건 무리가 아니지 싶다.
작가의 말처럼 그 논리를 내세운다면, 자신들 역시 그 논리에 해당되며 더 형편없는 급으로 추락해 동물급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할텐데 말이다.
각설하고; (이건 소설 얘기라기 보다는 소설의 뒷 이야기?!! 소설이 발아하게 된 이야기쯤 될테네 여기까지! ^^;;)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느냐~ 묻는다면.. 솔직히 난 좀 실망스러웠다..고 밖엔 말할 수 없다.
아이디어 좋았고 설정 나쁘지 않았다.
거대 음모가 있고, 약자가 있지만 뭉쳐 싸우려 하고, 그것을 파헤치는 경찰이 있고..
어쨋든.. 그 기본틀은 나에게 기대감을 준 것이 맞으니 말이다.
그런데........ 뭐랄까.. 음모가 너무 쉽게 파악된다.
경찰은 오히려 헛발질인데 반해서, 약자인 그들이 너무 쉽게 파악하고 대처한다.
특히나 고소건에 대해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누군가가 아니라 어떤 조직과 세력이 막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선.. 대체 그 근거가 뭔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조직이다, 세력이다 할 만한 뭔가 그럴듯한 근거가 좀 더 필요해 보이는데.. 내가 너무 까칠한 건가?!!;;;
또 아름다운 여성 하나가 모든 문제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좀 조잡하게 느껴진다.
규리가 경찰 고위급에게서 정보를 빼내고, 또 문제의 핵심인 범인의 증거와 정보를 빼돌려 조작하고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가질 조작하고 범인을 협박하고 등등.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이거 히어로물이야?!! 라는 생각이 순간 든;;;;;;;;;; (그녀가 막 다 해결하는겨?!! 라는;;;;;;; 생각이;;;)
물론 후반부에 가면, 피해 여성들이 하나하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서로 점조직처럼 그 근처에 접근해서 진실을 캐고 증거를 모은다고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좀 과하다 싶은;(심지어는 검찰조직에도 있다고 나오니;; 그건 좀;;;;;;;;; 왜냐하면 몰카 피해자 집단인데.. 어찌 검찰까지?!!란 생각이;;;; 캐디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말이다;)... 어쨋든 '그럴듯함'이 부족해서 읽으며 잡생각이 많이 들게 했다.
그리고.. 너무 허탈하게 들키고 무너지는 우익 단체의 대표와 윗대가리들의 모습에 '아, 내 기대가 너무 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종, 히가시노 게이코, 미야베 미유키를 잇는다는 타이틀에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많이 치솟아 있었나보다;;;;;;;;;; (대학 1학년 때 신나게 읽었던 김성종 소설들의 어느 책도 이렇게 허무하진 않았던 기억인데 말이다;;;;;;; 아니.. 지금 읽으면 좀 다르게 읽힐지도 모를일이지만;; 어쨋든.. 그 책들은 이런 허무감을 주진 않았는데;; 말이다.)
조금 더 길게 쓰면서 이야기를 풀어서 조금 더 깊이 있게 접근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아쉽다.
이 책에서 그나마 나쁘지 않았다 여긴 점은
소재와 아이디어와 그리고 일본 경찰들의 사건에 대한 결론(그들의 판단이 옳다~가 절대 아니고, 그렇게 판단했을 듯한 '그럴듯한 면'이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최후 선택이었다. (억울한 선택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을 것만 같은... 더 이상 덤비다간 무모함에 더 큰 화를 당할 듯한-그 잘나가던 인간들도 깨끗히 청소되는데 그녀들이라고 무사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상황이라..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끌어당긴 매력적인 소개글에 비해.. 이야기는.. 많이 아쉬운 글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