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줄, 일상의 즐거움
헬렌 니어링 엮음, 권도희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생태주의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권해줘서 읽었던 니어링 부부의 책을 읽고 그들 삶의 방식에 무척 감명을 받았었다. 그 뒤로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이들의 책도 읽게 되는 계기가 됐었다. 그런데 지금은 니어링의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게 언제였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이 책은 헬렌 니어링이 그동안 자신이 읽었던 책에서 발췌한 글을 엮은 것이다. 전원 생활의 기쁨, 노동에서 오는 즐거움, 검소한 생활과 절약, 밭 가꾸기와 흙, 고독과 만족 등 열다섯 개의 분류 아래 새길 만한 구절들을 실었는데 헬렌 니어링이 어떤 글들에 감명을 받았는지를 한눈에 알게 된다. 또 그 글들은 다름 아닌 바로 헬렌 니어링 자신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p.16

시골 사람은 가족에게 필요한 물건을 상점에서 사거나 시장에서 장을 보아 상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그가 먹는 양식은 항상 자신의 곳간에서 꺼낸 것이고 제철 음식이다. - 돈 안토니오 데 게바라,  <시골 생활의 행복에 대한 찬미>

 

p.171

멀리 산을 넘고 들을 건너 독특한 대리석이나 화강암을 구해오는 사람이 개성 있는 집을 짓는 것이 아니다. 정말 개성 있는 집을 짓는 이는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그 고장 특유의, 지금은 잊혀진 석재를 캐내 집을 짓는 사람이다. - 에드윈 본타, <집 짓기 입문서>

 

수년에 걸쳐 돌로 집을 짓고 그 곳에서 소박하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 니어링 부부가 이런 글귀를 만날 때마다 얼마나 큰 기쁨을 느꼈을지 생각하면 나 역시 벅차오른다. 책을 통해 본 그들 삶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것은 단지 자연과 최대한 닮아 있고, 자연을 최대한 덜 훼손하고, 물 흐르듯 자연의 순리에 몸을 내어 맡기는 삶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웅장한 건축물이나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저명한 화가의 명화도 아니라 봄이면 꽃 피고 가을이면 단풍드는 자연 그 자체가 아닌가. 이 위대한 자연에 가장 닮아있는 삶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입버릇처럼 귀농을 말하는 남편, 그 말에 언제고 그러마고 말했던 적이 한.때.나.마. 있었던 나이지만 이미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내가 과연 그들의 조화로운 삶을 본받아 실천할 수 있을까. 책 속에 모아놓은 구절 하나하나가 모두 진리였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맞아. 나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하며 반성하고 동경했다. 꿈꾸던 시골 생활은 내 삶이 다하도록 먼 꿈에 그치고 말지라도 절제하면서도 만족하는 삶을 살게 하는 지침을 이 책이 제공해준다.

 

그런데 이 책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지금껏 우리 나라에서 출간된 니어링의 책들은 모두 재생종이였다. 그런데 어찌된 게 이번 책은 고급스러운 종이에다 다채로운 색의 삽화를 넣었고, 게다가 표지는 비닐로 덮여 광택이 나는 양장본이다. 이 책의 원서는 어떨까 찾아봤는데 그럼, 그렇지. 우리 나라에서 번역출간되면서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종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원서<Wise Words for the Good Life>(1999))) 헬렌 니어링이 알면 크게 노할 것이다. 예쁘게 물든 낙엽을 주우면 재생지로 된 책에다 넣고 말려야 곱게 마른다. 그래서 주로 니어링의 책에다 꽂곤 한다. 책갈피 줄이 붙어있긴 하지만 이 책만큼 단풍든 낙엽으로 된 책갈피가 어울리는 게 없는데 아쉽게도 이런 종이에는 아무것도 꽂을 수가 없다.

(내용은 별점 5점인데 종이가 이 따위라서 별 하나 빼고 말았다. 출판사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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