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 사람을 키우는 방법
에밀을 읽기 전에 도대체 한 아이를 키우는 책이 왜 이렇게 방대한 분량인지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이 책에 대해서 크게 오해를 하고 있던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리라. 아니, 도대체 에밀이라는 소년을 (그것도 가상으로)키우는 책이 왜 이렇게 유명한 것인지.
각종 육아관련 책들이 많이 있지만, 부모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에밀을 읽어 보기를 바란다. 이미 부모가 된 사람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가 최고인 줄 안다. 다른 사람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받기를 원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울면 바로 사다주거나 무언가를 해주는 행동은 아이에게 명령을 심어준다. 명령을 하면 어른들이 다 내 말을 듣는구나,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정이 되는구나. 그렇게 큰 아이가 만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렸을 때는 쉽게 되었었는데, 크니까 안 되네. 아이는 좌절을 배우고, 세상의 노예인 모습으로 길들여진다. 그게 바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우리는 흔히 말하지만.
에밀은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책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 소극적 교육, 자연으로 돌아가라 등등. 에밀에 관해서 여러 교육사조가 생겼지만. 책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책이다.
(그런데 부유한 사람, 너무도 일이 많아서 자기 아이들을 되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런 가장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는 자기 책임인 그 임무를 타인에게 돈을 지불하며 이행하게 한다. 돈이면 다라고 생각하는 인간인 것이다! 당신은 돈으로 당신 대신 다른 한 아버지를 당신의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당신의 아이에게 붙여주는 것은 선생이 아니라 한 하인일 뿐이다. 그 하인은 곧 당신의 아들을 또 다른 하인으로 길러낼 것이다.
아이의 최초의 울음은 부탁이며 간청이다. 그런데 조심하지 않으면 그 울음은 곧 명령이 된다. 아이는 도움을 받는 것으로 시작하여 시중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아이가 아무 말 없이 힘들어 손을 뻗칠 때 그는 사물에 손이 닿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물까지의 거리를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손을 뻗치면서 불평하고 울 때, 그는 이제 거리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기에게 다가오도록 사물에 명령하고 있거나 아니면 당신에게 그것을 자기한테 가져다달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줄 것은 간청이나 청원이 있기 전, 특히 그의 첫마디에 조건 없이 즉각 주어라. 줄 때는 즐겁게 주고, 거절할 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말해주며 거절하라. 하지만 당신의 거절은 절대로 번복되지 않도록 하고, 아무리 치근거려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라. 당신 입에서 나온 “안 돼”라는 말은 철옹성이 되게 하라. 아이가 배내힘까지 다해 무너뜨리려고 노력해도 무너뜨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지쳐 더 이상 전복을 시도하지 못할 만큼 견고한 벽이 되게 하라.
그러므로 초기의 교육은 전적으로 소극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미덕이나 진리를 가르치는 데 있지 않고 악습으로부터, 정신을 오류로부터 지켜주는 데 있다.
어린 시절은 그처럼 이성이 잠자는 시기라고 생각하라.
편견과 권위와 필요와 본보기들, 그리고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모든 사회 제도는 그에게서 본성을 질식시켜, 그 자리에 아무 것도 채워주지 않을 것이다. 본성은, 우연히 길 한 가운데에 태어나 행인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밟혀 으깨짐으로써 죽게 되는 한 그루 관목과 같으리라.
-장 자크 루소, 에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