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에는 역사가 악인에게 더 친절해진다.

 

 

국정화 교과서가 확정고시 되었던 오늘,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마침내 완결을 지었다. 바야흐로 역사의 계절이다. 이렇게 역사가 주목이 되었던 적이 있었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수능에서 한국사가 필수가 되었던 시점부터 갑자기 역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한국사 능력 시험이 요구되었고, 급기야는 초등학생 때부터 한국사를 배워야 한다고 학원가는 떠들썩했다. 내가 아는 한국사는 항상 천덕꾸러기였다. 서울대만이 사회탐구영역에서 국사를 필수로 요구했었고, 그게 싫어 서울대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꽤 많았다.

 

 

한국사를 배우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고, 무슨 무슨 왕 이름만을 외우기만 해도 벅찼다. 사극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늘 지겹고 어렵다고만 느낄까. <삼국사기>는 왕 중심으로 연도별 사건이 기록되어 있어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뒤에 수록되어 있는 열전마저도 딱히 아는 이름이 반가울 뿐 다른 재미는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달랐다. 기이한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는 점에서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런 구절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외국의 로렐라이 전설은 기억하면서, 우리나라의 연오랑과 세오녀, 수로부인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 막상 로렐라이를 실제로 보면 별 것도 없다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만으로도 세계의 명소가 되었다.우리의 이야기를 알아야 하지 않나.

 

 

올바른 교과서가 어떤 것인지, 어떤 내용이 될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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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도련님의 마음이 있다 : 제멋대로, 그러나 정직하게.

 


제멋대로인 도련님이 시골 중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열받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참을 수 없는 야비한 짓을 하는 사람. 세상의 눈을 속이고 선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을 도련님은 봐줄 수 없다.

 
 

그런 도련님을 기다리는 늙은 하녀 기요. 공부만 하면 그저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고, 번듯한 직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기요. 기요는 우리네 할머니 모습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작품을 읽은 것은 <마음>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읽고 있는 중인데,역시나 <도련님>도 그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함께 이야기꾼의 기질이 잘 느껴진다.

 

 

같이 실린 다른 작품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 <런던탑> 역시 주목할 만하다. 길지는 않지만 좀 담백한 느낌이 강하다. 사랑하는 여자의 안부를 걱정하는 순수한 남자의 마음,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한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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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6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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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 그러나 활용도가 높다. 로렐라이만큼이나 우리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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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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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유려한 말솜씨. 도련님의 호쾌한 행동. 다른 단편에서는 죽음에 대한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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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 사람을 키우는 방법

 

 

에밀을 읽기 전에 도대체 한 아이를 키우는 책이 왜 이렇게 방대한 분량인지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이 책에 대해서 크게 오해를 하고 있던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리라. 아니, 도대체 에밀이라는 소년을 (그것도 가상으로)키우는 책이 왜 이렇게 유명한 것인지.

 

 

각종 육아관련 책들이 많이 있지만, 부모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에밀을 읽어 보기를 바란다. 이미 부모가 된 사람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가 최고인 줄 안다. 다른 사람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받기를 원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울면 바로 사다주거나 무언가를 해주는 행동은 아이에게 명령을 심어준다. 명령을 하면 어른들이 다 내 말을 듣는구나,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정이 되는구나. 그렇게 큰 아이가 만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렸을 때는 쉽게 되었었는데, 크니까 안 되네. 아이는 좌절을 배우고, 세상의 노예인 모습으로 길들여진다. 그게 바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우리는 흔히 말하지만.

 

에밀은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책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 소극적 교육, 자연으로 돌아가라 등등. 에밀에 관해서 여러 교육사조가 생겼지만. 책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책이다.

 

 

 

(그런데 부유한 사람, 너무도 일이 많아서 자기 아이들을 되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런 가장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는 자기 책임인 그 임무를 타인에게 돈을 지불하며 이행하게 한다. 돈이면 다라고 생각하는 인간인 것이다! 당신은 돈으로 당신 대신 다른 한 아버지를 당신의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당신의 아이에게 붙여주는 것은 선생이 아니라 한 하인일 뿐이다. 그 하인은 곧 당신의 아들을 또 다른 하인으로 길러낼 것이다.

 

아이의 최초의 울음은 부탁이며 간청이다. 그런데 조심하지 않으면 그 울음은 곧 명령이 된다. 아이는 도움을 받는 것으로 시작하여 시중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아이가 아무 말 없이 힘들어 손을 뻗칠 때 그는 사물에 손이 닿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물까지의 거리를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손을 뻗치면서 불평하고 울 때, 그는 이제 거리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기에게 다가오도록 사물에 명령하고 있거나 아니면 당신에게 그것을 자기한테 가져다달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줄 것은 간청이나 청원이 있기 전, 특히 그의 첫마디에 조건 없이 즉각 주어라. 줄 때는 즐겁게 주고, 거절할 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말해주며 거절하라. 하지만 당신의 거절은 절대로 번복되지 않도록 하고, 아무리 치근거려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라. 당신 입에서 나온 “안 돼”라는 말은 철옹성이 되게 하라. 아이가 배내힘까지 다해 무너뜨리려고 노력해도 무너뜨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지쳐 더 이상 전복을 시도하지 못할 만큼 견고한 벽이 되게 하라.

 

 

그러므로 초기의 교육은 전적으로 소극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미덕이나 진리를 가르치는 데 있지 않고 악습으로부터, 정신을 오류로부터 지켜주는 데 있다.

 

 

어린 시절은 그처럼 이성이 잠자는 시기라고 생각하라.

 

 

편견과 권위와 필요와 본보기들, 그리고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모든 사회 제도는 그에게서 본성을 질식시켜, 그 자리에 아무 것도 채워주지 않을 것이다. 본성은, 우연히 길 한 가운데에 태어나 행인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밟혀 으깨짐으로써 죽게 되는 한 그루 관목과 같으리라.

-장 자크 루소, 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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