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의 공존 : 사랑, 갈등, 오해, 비극.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의 원전을 보게 되다니 색다른 기분이다. 책이 주는 엄청난 두께(700페이지가량)에 비하면 여러 단편들이 모여 있으니 잠깐 쉬었다가 다시 읽어도 글의 흐름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처음 읽을 때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이 책에서는 (천병희 번역) 신들의 이름이 로마 식으로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윱피테르-제우스, 유노-헤라) 라틴어 발음은 고전 라틴어 발음을 따랐다고 하니, 조금만 참고 읽으면 나름의 재미가 있다.
다양한 신들과 다양한 인간들의 공존.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랑, 갈등, 오해, 비극.
책에서 나오는 신들은 인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니, 당연한 말인가. 인간은 신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어졌다고 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그리스 로마 신화,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추려 보자면.
[01 인간의 과도한 욕심에 대한 경계 : 파에톤의 죽음, 미다스의 손, 예언녀 시뷜라]
태양신의 아들인 파에톤의 소원은 아버지의 마차를 모는 것. 아버지임을 확인시켜 줄 다른 증표도 파에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아버지만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못하겠어?
미다스는 신에게 닿으면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는 손을 요구한다. 정말로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되었다.
예언녀 시뷜라는 신에게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오래 살 수 있도록. 하지만 깜빡하고 만 것은, 젊음. 젊고 오래 사는 것이 아닌, 늙어가면서 오래 살게 되는 시뷜라.
[02 이룰 수 없는 사랑 : 나르킷수스, 퓌라무스와 티스베, 퓌그말리온, 이피스]
나르킷수스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퓌라무스와 티스베는 암사자에게 죽은 것으로 오해해 결국 죽음에 이른다. 마지막 죽음 대목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된다.
퓌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조각에 매혹당한다.
이피스는 소녀로 태어나 소년으로 길러졌지만,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