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 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다. 동물농장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조지 오웰의 글은 쉽게 읽히는 동시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마지막 결말에 대해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예전에 한번 읽은 기억으로는 분명 윈스턴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죽은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행복한 몽상에 잠긴 것이었다. 증오라고 믿고 있었던 빅 브라더에 대한 자기투쟁에서 그는 승리했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 본다. 북한만 그런 것이 아니라(우리는 종종 북한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나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인지.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것은 싫어할 자유도 포함된다. 좋아할 자유도 있지만 싫어할 자유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정 몇 개를 싫어하도록 `교육` 받았고 `감시`받고 있다. 학교 교육만이 아니라 사회화된다는 의미에서, 영화에서나 예능 프로에서나 어디서든 마찬가지다. 이 특정 몇 개의 논리는 사실 어떠한 공통점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주류의 의견에 대항한다는 의미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의식이 없는 자는 억압에 세뇌를 당하였고, 의식이 있는 자 역시 억압에 저항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처단할 기회를 잃었고, 권력을 잡게 된 자들은 허물을 감추기 위해 사람들의 증오심을 한 곳으로 모았다.



빅 브라더는 존재하지 않지만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텔레스크린을 통해서, 주변에서 항상 감시하고 있는 가족과 동료들을 통해서. SNS를 카카오톡을 제외하고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검열`에 빠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소통이 가능한 공간에서 내가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고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고, 옳지 않은 확신을 줄 수 있다. 자기검열은 어이없는 곳에서도 이어지는데, 가령 사과 모양의 디자인을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과가 포함하고 있는 창의성, 독창성을 내가 즐긴다고 말하고 다니기에는 부끄럽다. 사과 모양 하나를 가진다고 해서 그것을 만든 사람의 독창성을 내가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 싫어서 사과 모양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면 이것은 자기검열의 하나이다.



1984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언어의 기능이다. 언어는 곧 사고로 모든 것을 통제한다. 특정한 사고를 표현하는 언어가 없어진다면, 그것은 특정한 사고 자체의 소멸을 의미한다. 언어는 무서운 것이다.



요즘에야 들어서 알게 되었는데, 국기에 대한 맹세가 바뀌었더라.
ㆍ초기 맹세문 :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서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ㆍ1974년 이후 맹세문 :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ㆍ2007년 이후 맹세문 :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과연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가능할까? (몸과 마음을 바치지 않고 충성만 다하면 되니 다행이긴 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5-05-1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의 명시성이야말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인데, 문장을 살짝씩 바꾼 거 웃프네요-_-;
절대 삭제하지 않는 `충성`에 이미 몸과 마음이 다 포함되니 중복을 빼버린 문장 만들기가 점점 탁월해지는 지도요;
평서문이 계속 명령문으로 도착하는 시대.

방랑 2015-05-18 12:51   좋아요 0 | URL
사실 바뀐 것도 몰랐어요,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알더라구요. 의외인 것은 예전처럼 초등학교 때 강제로 외우게 하진 않나봐요.

AgalmA 2015-05-1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랑님이 올리셔서 바뀐 거 알았어요. 강제로 외우게 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저런 명시가 있다는 게 이미 강제적 의미를 띄고 있잖습니까...국가보안법이니 이적행위니 해서 법으로 재단 들어가고... 보네거트 책처럼 정말 <나라없는 사람>이고 싶어요. 나라없는 설움 땜에 다들 이 체제를 감수하는 참 복잡한 삶의 당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