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길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는 길이 아니다
외교관 저택과 더불어
예전부터 진짜 부자, 소위 양반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살았던 곳
또 돈만 있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사회적 명망이 있어야 한다고.
반지하 가족의 터전이 되었던 골목길은
세검정을 지나서 나온다
기록적인 폭우로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그 집은 너무 평온했다
미제 텐트는 방수가 잘 되니까
그리고 말한다
어제 비와서 다행이야 미세먼지 사라지고 오늘 날이 맑잖아
가난은 인간을 벌레로 만든다
더 정확히는
가난에 대한 혐오감이 인간을 벌레로 만든다
돈을 벌지 못했던 그레고리가 벌레가 되었듯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은 기생충이 되었다
주인이 불을 키면
샤샥 숨기 바쁜 바퀴벌레처럼
사랑과 감기는 숨길 수 없다고 하던가
가난에서 오늘 삶의 빈곤은 숨길 수 없다
그것은 냄새로도 나타난다
가난의 냄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