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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10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이현우.이현준 편역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평점 :
<명상록>이란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이 책을 읽어보겠노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더랍니다.
우연히 짜 맞추어 놓은 것처럼 근래 읽었던 책들의 내용을 통해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이름을 접했고, 스토아 학파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는데 그러한 약간의 앎이 있었던 덕분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담겨있는 내용 하나하나가 마음에 새겨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란 질문이 막연하기도 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언제나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었는데 조금씩 철학에 발담그다 보니 삶이란 결국 이것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기에 옛 이야기들을 읽으면 시대와 동떨어진 사고라던지 고리타분한 설교들로 가득찼으리란 생각을 품었었는데 한 권 한 권의 고전을 접하다 보니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고, 이 책의 내용 또한 마음 성찰하는데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오래전 멋모르고 구입했던 사서 전집 속에 명상록이 있긴 하였는데, 구성이 너무 어려워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번 책은 기존의 내용 중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 77개의 칼럼으로 재정리 하여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였습니다.
내용을 읽다보니 원래 구성의 <명상록>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공이 떨어진다고 해서 혹은 멈춰선다고 해서 공 그 자체에 어떤 해로움이 있을까?
사라지는 것은 나쁜 일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마음에 콕 하고 와 닿았습니다. 선과 악, 잘하고 못하고 늘 이분법으로 딱 떨어져 나뉘는 것을 좋아하였고 어느 순간 어정쩡하게 가운데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보면서 답답해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리도 잘난 척 하면서 나누었던 기준들이 정말 정답이었을까요?
가끔씩 단호함이 툭하고 튀어나올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불안함이 함께 오는 기분이 이런 의심에서 생겨난 것이었나 봅니다. 특히 아이에게 내뱉는 단호함을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신이 다 만들어 놓았다고 하고, 이번엔 자연의 이치이니 모든 일은 필연적으로 운명으로 받아들이라 하는데 솔직히 인형조종술을 당하는 기분이 들어 별로 달갑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목적, 자연의 이치, 자연의 섭리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설득당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부정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왠지 입에 담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그러다 메멘토 모리란 서양 철학의 개념을 접하고 난 후 명화 속 등장하는 해골의 의미도 파악하게 되고, 하다 못해 내일 죽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까지도 이해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공평한 단 한가지가 죽음이라는 것이 좀 서글프긴 하지만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을 떠올려보니 지금 이 순간에도 좀 더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기게 됩니다.
영혼의 평온함을 이야기한 3장 4장의 내용도 마음에 와 닿았지만 무엇보다 5장의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 책이 아우렐리우스의 일기의 내용이라면 그의 인간됨을 보여주는 것일진대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 당했던 상황에 대한 일화를 보면 그의 성품을 알 수 있답니다.
오래전 이유도 모른 채 제 뒷담을 하고 다니던 사람이 같은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유라도 알았다면 사과를 하든 화를 내던 하였을텐데 마음의 울화로 남아있었죠. 그러다 잊고 지냈는데 우연히 마주치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절 보고 웃으면서 아는 척을 하더라고요. 미치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나 싶어 대충 얼버무리고 마주칠 때마다 숨겨 놓았던 울화를 터트리곤 하였었는데 어느 날 제가 먼저 아는 척을 하면서 웃으며 인사하여 주었습니다. 나름의 노력이었는데, 유치하게도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엄마가 좀 성장한 것 같다고, 그 아줌마 진짜 싫었는데 엄마가 먼저 웃으면서 인사하고 말도 걸었다고 말했더니 아이가 피식 웃었답니다. 유치하고 한심해 보였겠지요.
그 후 이 책을 보았는데 제가 성장한 게 맞다 싶어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이 책을 미리 보았다면 조금 더 일찍 깨우쳤을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경제 생활과 관련지어 생각하곤 하였는데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데 한 발작 더 디딜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책인 듯 싶고, 책 중에서도 고전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책 말미 부록에서는 이 책을 이해하기 쉽게 명상록의 탄생배경과 스토아 학파에 대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아이와 스피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범신론과 육체와 영혼의 관계, 자연과 신에 대한 생각들을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딱 그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해 준 부분이라 생각을 정리하고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간결하게 잘 정리된 책 내용이라 청소년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듯 싶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