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 보다, 느끼다, 채우다
고유라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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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담긴 책은 어떠한 책이라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미 유명한 작품들은 다수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작가마다 그림을 해석하는 방식과 이야기 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림이 담긴 책들은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나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에는 14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더욱 든든함으로 다가옵니다.

작품 수가 많다보니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낯선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어  더 좋았답니다.

남편 회사에서 매년 명화가 담긴 달력을 보내주는데, 고급 용지에 새겨진 명화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평화로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그런 명화의 가치를 아는 분들이라 그림이 비싸게 거래가 되고, 집에 명화를 걸어두기도 하나 봅니다.

온 벽에 아이의 학습과 관련된 벽그림을 붙여 놓은 저희집으로선 힐링을 주는 명화는 오로지 달력 그림이기에 이 책을 읽는 순간 더욱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그림 읽는 것을 좋아하여 함께 미술관에 가는 것을 즐겼었는데, 코로나 이유도 있지만 이제 머리 좀 컸다고 엄마랑 그림보러 가자고 하면 밥값에 음료값이 더 나오는 상황이 되다보니 머뭇거리게 됩니다. 유일한 그림 파트너를 잃고 보니 과거를 더욱 그리워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그림이 큼직큼직하게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만 보고 싶다면 그림만 펼쳐 보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듯 싶습니다.

하지만 전시장에 가도 늘 도슨트 해설이나 오디오 해설을 참고로 작품을 감상하게 되지요.

그리하여 옆에 할애된 작품 설명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제목처럼 작가와 함께 수다를 나누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수다라 할 수 있는 것은 그림 설명이 작가의 생애라던가 작품 해설, 사조 등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림의 상황을 이야기 하듯이 편안히 풀어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작가나 배경 설명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림의 상황과 연동되어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배워야겠다는 자세보다는 함께 그림 보고 감상하는 시간이라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됩니다.

색이 예뻐 멈추면 역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었고 몽환적이면 샤갈의 작품이었습니다.

벨베데레 궁전에서 클림트의 원화와 예술의 전당에서 샤갈 전시회를 통해 원화를 본 적이 있었음에도 수록된 작품에 시선이 더 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라울 뒤파라는 화가는 생소했는데 자신만의 인상으로 그린 생타 드레스 해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색감이 너무 예쁘게 느껴졌습니다.

팝아트나 옵아트를 비롯 현대 추상 미술을 소재로 2권도 나왔음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차 한잔과 잔잔한 클래식 음악, 그리고 이 책을 펼쳐 그림을 감상하며 작가와 수다 떠는 시간이 바로 힐링이 아닐까 싶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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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 그런 게 아니라 우울해서 그런 거예요 - 십 대들의 우울한 마음을 보듬어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심리 에세이
양곤성 지음 / 팜파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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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밝음이 대명사인 아이를 키우고 있어 주변에 사춘기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둔 지인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면 다행이다란 생각이 앞서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도 중2병이나 사춘기를 사람들이 자꾸 특정화 시켜 그 상황에 갖다 붙여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모든 사람이 힘든 학업과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삶이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우울하다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약에 의존하는 경우를 보면서도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사태의 심각성을 회피하려고 하였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엄마 나 사춘기가 왔나봐. 자꾸만 짜증이 나."라고 말하였는데 아이애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엄마라는 아주 위험한 발상을 가진 채 심각하게 대꾸해 주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사춘기 지나가도 이미 지나가고 말았어 라고 에둘러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제게 멈추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제목만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어렴풋이 파악이 가능하겠단 자만심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일단 제목이 주는 울림이 너무 커 저도 모르게 멈춰서게 되었습니다.

책은 제게 니가 알고 있는 아이가 어쩌면 아이의 진짜 모습이 아닐 수도 있으니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춘기라 하면 견디면 지나갈 것 같은데 어쩐지 우울이란 단어를 맞딱들이니 슬픔과 두려움, 불안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어떤 증상이 있으면 널 위한 책이라 권해주고 싶었지만, 그러기 전 제 아이를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혼자서 정독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프롤로그 부터 제 마음에 안심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평소 어떤 삶을 살고 싶냐고 아이에게 물으면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 공부도 하고, 직업도 갖고, 피아노도 치고, 그리도 그리고 운동도 하는 것이라고요.

가장 친숙하고 가장 절실할지도 모르는 이 단어를 솔직히 전 마음에 품고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기 보다는 중간중간 행복한가? 체크하는 정도로 당연함으로 받아들여 툭별한 단어로 기억되지 않았지요. 어쩌면 뻔한 아이의 답변이 제게 큰 위안과 울림을 주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프롤로그의 말들이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더 배울점이 많은 것을 보면 참된 어른은 어쩌면 아이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구성은 여러 친구들의 사례를 들려주고 그에 따른 솔루션을 제시해 주는 방식입니다.

 아이에게 해당되는 사례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해결책과 같은 방법을 이미 아이 스스로가 깨달아 실행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마음쓸며 읽어나갔답니다.

유년기 부모의 투사 부분을 읽을 때는 저도 모르게 뜨끔하였답니다. 다행히도 저희 가족은 모두 본인에 대한 너그러움이 과하기에 이 부분 역시 미안한 맘 품지 않아도 될 듯 싶었어요.

인상깊었던 부분은 무기력 실험이었어요. 개를 전기로 고문하는 잔인한 실험이었는데 결과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어쩌면 학습된 무기력은 제가 빠져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살짝 걱정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한동안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파묻혀 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인정욕구가 강하다고 말하면서도  자기자비 또한 강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네요.

아이의 강한 자기자비를 자기 합리화라 잘못 해석하여 몰아치는 경우가 왕왕 있었거든요.

우울감과 우울증의 착각, 우울증의 증상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비롯 새로 알게된 내용도 많지만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임에도 그동안 많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뒷부분에 수록된 주를 보고 유튜브에서 마음 챙김으로 검색하여 음악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네요.

청소년 아이가 직접 읽고 마음 챙김을 하는 것도 좋고, 부모님도 함께 읽으면서 아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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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파리의 도서관 1~2 - 전2권
자넷 스케슬린 찰스 지음, 우진하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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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표지에 시선이 사로잡혔고 프랑스 파리의 낭만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일까 싶었습니다.

1939년 오딜이 파리 미국 도서관 사서에 합격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도 다른 나라 도서관이 있을까 한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었는데 혹여 있다 하더라도 오딜처럼 그 곳을 방문하여 추억을 쌓을 기회가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파리 미국 도서관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비롯 방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저 또한 그 공간에 함께 있는 것 마냥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좋아져 주변에 도서관이 많이 생겨나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 위주로, 성장한 후에는 저를 위한 여러 강의를 듣기 위한 방문으로 찾아가는 공간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저 자신을 챙기기 위한 시간이었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해 보지 못했던 듯 싶습니다. 사서분하고 이야기도 나눠 보고, 자주 눈 마주치는 분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도 요즘엔 코로나19로 인해 대출만 가능한 상황이라 그조차도 어려운 바람이 되고 말았네요.

1939년의 오딜 이야기가 나오다 갑자기 1983년 릴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글의 구성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고 배경이 미국 몬태나주 프로이드인데 거기에서 낯선 이방인 오딜 구스타프슨이 등장하여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힌트는 전쟁 신부란 단어에 있답니다.

마음같아서는 표지처럼 산뜻한 이야기, 달달한 로맨스로 엮어진 문장들을 읽고 싶었는데 릴리의 어머니부터 이별을 하게 되었어요. 예전엔 그러려니 하였던 이야기들도 요즘엔 이상하게 묵직함으로 다가와 이야기 속 이별이 내 이별인 마냥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픈 아내 곁을 잘 돌봐준 남편이라 생각했는데 아내 보내고 8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는 릴리의 아버지를 보면서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면서도 짜증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였던 것은 릴리 곁에 오딜이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어쩌면 엄마가 남겨준 선물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딜에게는 쌍둥이 동생 레미가 있습니다. 훗날 레미가 전쟁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고 마음을 나누었던 마거릿의 비밀을 남친 폴에게 말해 수습할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결국은 우정보다 혈연인가 싶기도 하고,  관계 맺음에 있어서 오해와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는 스토리였습니다.

사서 면접을 볼 때 생각했던 아빠의 말씀과 리더 관장이 파리를 떠나면서 오딜에게 당부했던 말이 복선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말하기 전에 생각 먼저 하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리더 관장의 말을 지켰더라면 어쩌면 오딜이 릴리를 만날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기사 만약 그랬더라면 릴리는 또 어찌 상황을 극복했을까요.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혼자서는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책으로 위로해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채로 아무일 없듯이 지나가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드러나지 않았던 상처들이 올라와 때로는 함꼐 오열하기도 그러면서 위로받기도 하는 경험을 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힘듦을 표현하거나 위로해 주고 싶을 때 많은 책을 읽었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책이 없어 고민하거나 추천을 주저거리고 있는 제 모습이 안타깝다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파리 미국 도서관 사서분들은 적재적소에 맞는 책을 척척 권해 주시더라고요. 책 목록 중 읽었던 것이 나오면 반갑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따로 밑줄 긋고 하였는데 2권 마무리 참고 부분에 친절하게 목록을 기재해 주심을 발견하고 웃게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 공간은 파리 미국 도서관이었지만 중심 배경은 전쟁 이야기입니다.

오딜의 아버지가 전쟁 이야기를 할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던 것처럼 저 또한 어른들이 전쟁 이야기를 하실 때 깊이 새겨 들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말하는 것 조차 피하고 픈 소재는 전쟁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주로 전쟁이 일어난 사건 위주로만 접했었는데,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파리 미국 도서관 사서들이 책을 빌릴 수 없는 유대인을 위해 책배달을 비롯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국가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과 인간 관계를 파괴하는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기에 자극적 표현이나 커다란 반전을 시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감동과 사랑,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 역사의 큰 자랑은 기록 문화인데, 이 시대 우리 나라에도 도서관이 있었을까요? 물론 일제 치하에 있던 시기였기에 어쩌면 너무도 철없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 혹여 있다면 공간적 배경을 우리의 도서관으로 옮겨와 우리나라 사서가 주인공이 된 이야기도 듣고 싶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릴리 엄마가 개똥지빠귀를 보고 들려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 우리가 특별한 존재를 눈앞에 두고도 잊고 산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전령사야."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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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 세네갈 월로프족의 민담과 설화로 만나는 서아프리카 구전문학
비라고 디오프 지음, 선영아 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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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할머니나 어머니의 품에서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경험들을 듣곤 하였지만 아쉽게도 저에겐 그런 경험이 없었답니다. 전래 동화나 이솝 우화 정도를 그저 그림책으로 접했을 뿐이었지요.

아이 머리맡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술술 읊어댈 수 있는 엄마가 되길 바랐지만 애석하게도 저에겐 그런 재능이 없었고,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오디오북을 들려주는 정도로 만족해야했더랍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저도 재밌게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신비로운 그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지혜가 담겨 있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요. 아이가 자라 그림책을 정리하게 된 순간이 왔어도 아프리카 그림책과 악기들에 관한 이야기책은 차마 정리하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첵장 한켠에 자리잡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아프리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씩 알고 싶다는 관심을 갖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세네갈의 작가이자 수의사, 외교관인 비라고 디오프로 그리오인 아마두 쿰바에게 전해 들은 아프리카 구술 이야기를 프랑스어로 기록한 책을 번역한 것이라 합니다.

그리오는 이야기꾼으로 구전으로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고 암송하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아프리카의 프랑스령 식민지에서 사용하던 용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부르고 있는데 우리 나라의 전기수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국사를 배우고 세계사를 배웠던 교육 과정 순서를 바꾸어 세계사를 먼저 배우게 되었습니다. 순서가 무에 중요할까 생각했었는데, 관점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니 세상을 보는 시야도 달라지고, 그 속에 속한 우리를 되돌아보고 발전해 나가는 방향에 대한 고민도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기에 낯설기만 할거라 생각되었지만 이야기가 전승되는 과정을 비롯하여 그 속에 담긴 내용까지 닮아있는 것을 보면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그들의 관습을 미개한 것이라 하였는지 다름으로 다가서고 이해해야 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번역을 매끄럽게 해 준 덕분인지 읽는 내내 아마두 쿰바가 직접 들려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옛이야기를 읽을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교훈 찾기에 집착하며 읽었었는데 이번엔 마음 편히 내려 놓고 재밌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자세로 읽었습니다.

암나귀 하리를 시작으로 아마두 쿰바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각각의 동물들이 이름이 있답니다.애니메메이션으로 만났던 여러 캐릭터들이 슬쩍슬쩍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긴 하였지만 이야기 책 답게 아프리카풍 삽화가 곳곳에 담겨 있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작품은 <엄마 악어> 이야기였습니다. 교훈 안찾겠다고 벼르고 읽었지만 어쩔 수 없이 현상황과 비교해서 읽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그러게 엄마 말 좀 듣지 하는 안타까움으로 맺은 작품이었습니다.

원숭이 골로는 마치 주변의 장난꾸러기 친구 같았고, 이제 막 엄마 보다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아이가 새끼 악어 같았습니다. 엄마 악어 디아시그처럼 기억력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 준다 생각했었는데, 엄마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새끼 악어들의 어리석음을 비난하기 전에 자식에게 신뢰를 쌓지 못한 상황과 평소 이야기를 따분한 잔소리처럼 전달한 엄마에게도 잘못이 있었지 않나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이 그리오인 아마두 쿰바의 입을 빌려 전해 듣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운 점은 음율로 된 듯한 노래나 시를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프리카 박물관에 아이와 함께 다녀오면서 이런저런 추억을 쌓고 조각품 공예품 등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프리카의 문학을 비롯 음악, 미술, 문화, 경제 등 많은 것을 서로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 하는 바람이 듭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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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를 즐겁게 -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서
박호순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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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간절히 바라는 저의 마음을 책 제목에서 발견하는 순간 바로 마음을 사로잡았답니다.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국어 과목을 가장 어려운 과목이라 말하면서 글자를 읽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는 현실이 막막하면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영어 단어 공부 하듯이 단어의 뜻을 일일히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고, 글자의 유래나 어원은 더더군다나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겠지요.

국어 공부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부법을 제시하기 보다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몹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크게 언어, 민속, 역사, 식물과 지명, 교훈으로 분류하여 관련된 우리말을 소개해 주는 방식인데 순차적으로 읽어도 되지만 관심가는 부분을 발췌하여 먼저 읽어보는 것도 가능하여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이라던가 자주 접했던 단어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낯설지는 않지만 잘 안다고 생각했던 당연한 것들을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는 새로움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언어 파트 중 '완전 맛있다' 와 관련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도 '완전'이란 표현이 왜 격이 떨어진다는 것인지 정말 이해 되지 않았답니다. 국어 문법을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바르게 사용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좀 더 깊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완전'이란 마은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 부족함이나 결함이 없는 것을 의미하는데 너무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 같습니다. 하면 안된다는 예는 많았으나 그러면 '완전' 이란 단어는 어떤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는지 예시를 함께 해 주셨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찾아봤던 자료에서는 '완전'이란 단어 뒤어는 명사가 와야지 용언이 오면 안된다는 것이 있기도 하였는데 작가가 하고자 하는 표현은 문법적 표현은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줄임말이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신조어가 남발하는 요즘 세대의 언어 생활을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어찌되었건 사회적 약속으로 우리 말의 법칙을 정해 놓았기에 일단 우리 말을 바르게 알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언어 문화도 만들기를 바라는 맘이 크답니다.

작가는 주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상황을 예로 들어 상황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드라마였는지 예측되는 상황이기에 더욱 재밌으면서도 나이듦을 실감하기도 하였습니다.

때마침 광고에서 전혀 새로운~ 이란 표현이 자꾸 거슬리게 느껴지게 되어 이젠 방송에서도 바른 국어 생활 붕괴가 일어나나 싶었는데, 찾아 보니 제가 생각하는 '전혀'와 한자가 다르다는 설명을 찾게 되었답니다. 

또 요즘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무사'란 단어가 저도 모르게 마음 속에 떠올리곤 하였는데 '무사'를  찾아 보니 비슷한 말로 '안녕'이 나오더군요. 

언어는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일텐데, 생각없이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관련된 언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사진과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교과서에서 자주 보았던 그림들도 있고,  익히 보아왔지만 그것이었는지 미처 기억해 내지 못한 부분을 떠올리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동네에서 이팝나무를 자주 보곤 하였는데, 처음 나무의 이름을 모를 때는 조팝 나무인지 이팝 나무인지 궁금증을 해결하는데만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교목인 이팝 나무를 확인하긴 하였지만, 왜 이 나무의 이름이 이팝 나무가 되었는지 책을 읽고 알게 된 후부터는 이팝일까 조팝일까 궁금하기 전에 입쌀밥나무였지 하면서 아는체를 하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언어부분에도 다수 수록되긴 하였지만 민속학적인 자료 뿐만 아니라 실생활과 관련된 단어를 재료로 삼고 있어 아이와 이야기 나누기 좋았습니다.

사춘기와 갱년기가 모두 공생하고 있는 저희집에 딱 맞는 두 단어를 만났는데요,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되니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어쩌면 이리도 달리 해석하여 부정적인 삶을 만들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은 관심의 문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소통을 이야기 하고, 생각을 중요시 하면서도 정작 우리말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뱉어내는 단어 하나를 꼬집어 의미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는 습관을 갖게 된다면 그토록 바라던 인상 좋고 품격있는 어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하지만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서 바른 언어 사용을 권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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