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구찌
사라 게이 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다니비앤비(다니B&B)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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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명품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을 받아보고선 왜 명품을 좋아하는지 조금을 알 것 같았습니다.

고급스런 표지가 시선을 끌었는데  책 표지 속지까지 정성스레 만들어진 것을 보면서 이것이 명품의 장인정신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의 디자인만으로도 이토록 맘을 설레게 하는데 가방이며 향수 악세서리는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하다보니 어쩌면 제 자신이 명품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GUCCI 너무도 익숙한 브랜드지요. 그런데 꽤 오래전 홍콩에 놀러갔을 때 홍콩 달러를 다 쓰고 올 작정으로 백화점인가 마트엘 들어갔는데 떨이상품처럼 나와 있는 구찌 제품들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분명 명품이라 알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망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서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가이드가 출발해야한다고 재촉해써 지갑하나 사들고 온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후 부터인가 머릿속에서 구찌가 명품일까 아닐까에 대해 궁금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읽다 보니 아마도 마우리치오가 죽고 구찌가 몰락해가고 인수합병이 한참이던 그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책표지에 있는 구찌 연대기와 첫 부분에 제시된 구찌 가문 가계도가 글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마우리치오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라 흥미진진하겠단 기대가 생기다가도 여러 인터뷰 자료를 통해 사실에 바탕을 둔 소설이란 생각을 하니 고인의 죽음을 두고 이렇게 생각해도 되나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습니다.

일단 소설로 읽겠노라 마음 잡고 읽었는데 이탈리아도 우리네 양반 가문 따지듯, 아니면 강남 출신 따지듯 피렌체 사람으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이 대단하단 것을 알았습니다. 이래저래 지금의 명품이면 되었지 생각할 듯도 싶은데 100년이란 세월이 허투루 흘러간 것도 아니고, 그 시작이 피렌체 사람이었기에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수 있었나 봅니다.

구찌 가문은 처음부터 부자는 아니였나 봅니다. 구찌오 구찌가 파산한 집안에서 도피하듯 고향을 떠나 런던 샤보이 호텔에 취직했다가 부자들의 소지품을 눈여겨보고 가죽에 관심을 갖게 되며 구찌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구찌오 구찌의 여러 자식들 중 알도와 로돌포가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었었는데, 구찌 가문이 구찌를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모두 한 마음 한 뜻이었지만 경영 방식에서는 여러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형제들의 갈등은 그들의 자식대까지 되물림 되었고, 결국 구찌가의 구찌는 몰락 위기에 처하고 새로운 경영자를 만나 회생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돈의 양면성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많으면 나누고 없으면 아끼면 될 것 같은데 많으면 많을수록 더 욕심 갖게 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전문 경영인의 중요성을 이제는 알고 있지만 전통 고수, 가업이란 말에 가치를 느끼고 있기에 안타깝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 의견의 타협점을 찾아 지혜롭게 운영해 갔더라면 구찌 가문 가계도의 아래부분도 끊임없이 채워져 나갔을 수 있을텐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소설이 참 재미없었겠다 싶기도 합니다. 갈등이 참 싫지만 재밌는 요소임엔 틀림 없으니까요.

마우리치오 구찌 살인사건 용의자로 잡혀가는 파트리치아의 한껏 치장한 복장을 보면서 닌니 형사는 측은함도 사라졌다고 하였지만 전 되려 측은한 맘이 생겼더랍니다.

리틀리 스콧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개봉할 예정이라 하는데 영화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구찌가문과 관련된 100명의 인물을 만나 인터뷰한 작가의 노력도 대단하다 느껴집니다.

앞으로 구찌를 볼 때 뱀부 가방을 볼 때 많은 생각이 떠오를 것 같고 나름 아는 척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것 같네요.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께있는 책이지만 가독성이 있어 훌훌 읽으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답니다.

명품 가방 대신 명품 책 추천합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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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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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라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도 읽었고, 일리아드 오디세이아도 읽었기에 이 책을 만만하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134페이지 정도의 얇은 두께와 주석은 엄청나게 많아도 플롯, 비극, 희극, 서사시 정도의 개념 정도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자만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담긴 내용이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많은 주석과 용어, 인물들에 대한 이해에 다소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지만 덕분에 용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고, 단순히 시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기 보다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는 생각과 동시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인생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글을 쓸 때 황당하게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읽고 그것을 모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따라쟁이냐고, 너만의 글을 써야지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다른 사람의 작품을 많이 읽어서 자료를 쌓아야 새로운 글이 나온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였을까요.

모방과 표절이 어쩌면 한끗차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글을 쓸 때 뿐만 아니라도 일상 생활에서 모방 행위가 많이 이뤄지곤 합니다.

그런데 모방을 할 때는 꼭 죄를 짓는 기분이 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것은 보고 배우라 하면서도 그 행위에 모방이란 단어를 가져다 붙이면 왜그리도 부정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을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모방의 가치와 중요성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됩니다.

모방을 통해서 좋은 글이 나올 수도 있고 또 다른 나를 만날 수도 있게 되겠지요.

비극과 희극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하게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희극을 좋아하긴 하지만 희극인이라 칭하는 코미디언들이 사람을 웃기는 방식이 풍자나 조롱인 것을 보면 어쩌면 제가 찾고자 하는 웃음 코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조아하는 장르는 그저 해피엔딩이었나 봅니다.

이 책에는 비극에 대한 이야기만을 담고 있습니다.

비극에는 나름 중요한 요소들이 있고 그 규칙들에 의해 반전이 있고 공포가 있고 연민이 있다고 하지요. 비극적인 이야기의 형식은 매번 같은 것 같음에도 매번 슬픔과 반전을 경험했던 것 보면 이 규칙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을 둘러 보면 희비극이 교차하기도 하지요.

시나 이야기 구조가 나름의 개연성을 포함하고 있기에 인생의 흐름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에 의하면 시학 2권이 있는데 거기에서 희극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움베르트 에코 의 <장미의 이름으로>가 희극적 요소를 차용한 작품이라 하는데 웃음은 사람을 경박하게 말한다는 이유로 웃음에 관심을 가지면 안된다며 시학2를 모두 태워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희극에도 나름의 규칙이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풍자와 조롱이 주 요소라면 비극적 요소보다 끌리이 있는 것은 아닌 듯 싶습니다.


학창시절 이 책을 미리 읽을 수 있었더라면 문학 공부를 좀 더 잘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까면깔수록  궁금해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읽다보면 학습의 느낌이 좀 들기도 하는데 이 책을 선택한 분이라면 다들 목적이 있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쉽게 접근했다가 어렵다 느끼게 된다면 뒷편에 나와 있는 해제 부분을 먼저 읽고 읽기를 시도하시길 권해드립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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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한국역사인문교육원(미래학교) 지음 / 창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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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아마도 가장 많이 접하고 안다고 생각했던 역사는 바로 조선시대일 것입니다.

주말마다 아이와 체험활동을 자주 다닌 편이라 성곽 따라 걷기 등 종로 방문을 자주 했더랍니다.

궁궐도 둘러보고, 수문장 교대식도 보고 국악 연주도 보고 눈으로 보고 배우것은 많이 있었으나 역사에 대한 앎이란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얕은 지식인 채로 아이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말그대로 궁궐 나들이나 산책 정도의 체험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안내 책자를 들고 다니면서 조상의 숨결을 느껴보겠노라 하였지만 시늉에 불과할 정도였지요.

아이와 함께 왕릉을 주제로 체험해 보자 하여 우리 왕릉을 찾아 다녔어요.

그런데 취지만 좋았을 뿐 배경지식을 채우지 않은 상태의 체험은 단지 좋은 추억만들기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고즈넉함, 아름다운 색채와 건축물, 편안함을 주는 풍경, 그 속에서 뛰어 놀고 싶은 아이, 한가로움과 여유를 만끽하며 위로 받고 싶은 어른.. 꼭 무언가 배우지 않아도 공간이 주는 위안을 고스란히 받고 돌아오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우리의 역사 이야기를 아이에게 전해 주고 싶다는 욕심과 더불어 저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궁에 대한 구조와 역사에 관련된 서적도 많이 나와 있긴 하였지만 이번 책이 시선을 사로 잡았던 것은 잘 짜여진 책의 구성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작가가 알기 쉽게 설명한 책도 좋지만, 공동 저술 방식으로 각자가 주제를 맡고 주제에 따라 글의 형식과 내용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궁궐과 사람들, 궁궐과 상징들, 궁궐과 제도들, 궁궐과 의례들 크게 네가지 주제로 나누어 각각 세분화된 내용을 각기 다른 작가가 서술하고 있는데, 그러하기에 궁금했던 내용을 먼저 읽어 보는 발췌독도 가능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퓨전 사극형식으로라도 드라마를 아이와 함께 보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 안에서 표현되고 있는 인물과 공간, 제도 등에 대해 아이가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 덕분에 저 또한 그저 재미로만 보았던 드라마 속 배경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였는데, 단순히 조선 왕들의 연대표와 대표적인 사건을 외우는데 급급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진심으로 우리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고 현재의 삶에 적용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였습니다.

짧은 지식에 궁금할 때마다 인터넷 검색으로 갈증을 풀어갔었는데 이 한 권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 정도 사극을 보거나 직접 궁과 왕릉을 방문했을 때 관찰하는 눈과 생각의 깊이에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되리란 생각이 듭니다.

용 하면 드레곤 서양의 용을 먼저 떠올리곤 하였지만 그럼에도 남모르게 우리 것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 부족한 저에게 그림을 통한 부연 설명은 이해와 재미를 느끼는데 큰 도움을 주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잡상에 관련된 부분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궁궐을 다니면서 관심있게 보기도 하였고 궁금하였던 부분이기도 하였기에 중국의 것과 비교하여 다뤄지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미리 알고 체험을 다녀왔더라면 더욱 뜻깊었을텐데 아쉬움과 함께 코로나19로 나들이가 자제된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뒤늦게나마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싶었던 분야의 책이었기에 제게는 유익하고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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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쓸모 - 팬데믹 세상 이후, 과학에 관한 생각
전승민 지음 / 체인지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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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고 부끄러운 발언이지만 과학이 저랑 무슨 상관인데 하는 생각으로 많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배우려 해도 몰랐다 말하고 싶지만 제 속내를 들여다 보면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가끔 과학을 좋아하는 남편이 말을 걸어주면 경청하는 시늉을 하였지만 괴롭단 생각을 한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와 과학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어려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견디고 있나보다 안스러워 그리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더니 아이는 진심으로 재밌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이해를 못할텐데 하는 제 생각과 달리 아이는 이해도 잘 하였고 아빠는 아이와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음에 행복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내가 안해 줘도 된다는 안도감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었습니다. 애써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조금씩 이해가 되었고 이러한 내용들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세상이 얼마나 풍요로웠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지식이 아닌 학창시절에 배웠던 내용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었더라면 실수를 저지르거나 두려움에 떨었던 경험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야기를 시작하는 글에서 작가님이 딱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셔서 편안함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남편이 아이에게 바이러스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세균과 곰팡이균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었습니다.  매년 감기를 달고 살면서도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던 것도 한심했고, 항생제는 웬만하면 피하는게 좋다는 단순한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도 세상을 참 어설프게 살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러스는 소독에 없어지지 않는데 왜그리도 소독에 집착할까 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외부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는 알콜과 고열에 쉽게 죽는다는 글을 읽으며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펼쳤을 때는 과학적 상식을 쌓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는데 읽다보니 상식 보다는 일상과 관련된 내용이라 알고 있었다고 착각했던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렵거나 딱딱한 접근이 아닌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게 표현된 글의 흐름과 그림자료들이 막힘없이 읽어낼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알레르기와 자가면역질환에 관련된 내용도 새로 알게 되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상처와 화상을 접했을때 당황하면서 대처했던 옛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판단하고 대처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의사를 신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플때 찾아가면 알아서 고쳐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선택과 판단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 늙은 다음에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엄마는 아이 덕분에 새로 배우게 되는 것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 교육과정을 통해 배웠을 지식이지만 아이가 없었더라면 이번 생에서는 다 놓쳐버렸을 것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2장에서 다루고 있는 새로운 산업에 대비해야 할 것들은 아이의 진로를 생각하면서 관심을 갖고 고민했던 내용이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관련된 글은 왕왕 읽었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간 설명이 이미 현실에 와 있는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아이가 부쩍 에너지와 핵융합에 대한 질문을 아빠에게 하곤 하였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3장에서 설명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여행과 아바타의 공중섬에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 고른 책이었는데 읽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저 또한 재밌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잘 모르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 합리화 시키며 회피하는 것이 제 삶의 루틴이었는데 모르는 게 약 이란 말보다 아는 것이 힘이란 말에 힘을 실어주는 책이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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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술관 - 자기다움을 완성한 근현대 여성 예술가들
정하윤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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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면 무턱대고 읽고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어느 순간 미술관이란 제목의 책들을 들여다 보면 중복되는 작품에 대한 해설과 그림들이 담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점점 소원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여성이란 타이틀로 성을 구분짓는 글들에도 살짝 시들함이 있었습니다.

여성 운동의 중요성도 알겠지만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차별들의 한 부분이란 생각에 그 보다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유년시절 남성들의 부당함도 많이 겪겠구나 싶은 이해심에 남성학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성을 이분화 시켜 이야기 하지 말고 인간으로써의 삶에 대해 말하는 책을 접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은 제게 어떠한 끌림도 주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표지의 강렬한 색상과 표지에 담긴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았죠.

완전 제 취향의 표지를 보면서 딱 떠오른 생각은 갖고 싶다 였습니다.

서둘러 책 소개를 보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접했던 작품들과는 동떨어진,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도 있었지만 하나하나 시선을 사로 잡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책 소개를 읽는 순간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히 다가왔습니다.

설레는 맘으로 책을 받아들고  책상위에 놓은 후 잠깐 자리를 비웠었는데 아이가 책을 보더니 궁금해 합니다. 본인이 너무도 좋아하는 컬러라면서, 이런 핑크색은 만들기도 어렵다는 둥..

이 때다 싶어 서둘러 책을 펼치며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책읽기를 멀리하는 녀석이라 뭐라도 함께 보고 싶은 다급한 마음에 늘 권하곤 하였는데 이런 능동적인 자세는 참 오랜만에 겪어본지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생각보다 아는 작품도 많았고, 작품을 읽어내는 수준도 저보다 높아 므흣해졌습니다. 

 


아이와 제가 눈여겨 보았던 작품입니다. 어디선가 본 듯하였는데 화가의 이름은 정말 낯설었습니다.

그림을 보자마자 아이는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그림 같다고 하고, 저는 왠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들 같지 않냐고 말했었는데, 관련된 글을 보고 살짝 어깨 으쓱하였습니다.

누구나 추측 가능한 해석이었겠지만 이런 소소한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는 모자지간입니다.

니키 그 생팔의 <사격 회화>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내용이 충격적인 것이 아니고 발상의 참신함이 허를 찔렀지요.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작품들이 표현하고 있는 내용들이 모두 신선하고 놀라웠지만 전 이 작품이 넘도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생팔의 타로 공원 언젠가 저도 꼭 한번 가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보았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기괴스러움과 불편한 감정이 기분을 다운 시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림 속에 담긴 작가의 사연을 알고 나서야 바로 숙연해짐과 동시에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되었죠. 예전에는 단지 그림과 설명을 읽으면서도 그랬었구나 정도 그쳤던 감정인 것에 반해 이번 책을 통해 본 프리다 칼로의 그림과 화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통을 감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제게 인상깊게 다가온 것은 여성들이 겪었던 억압과 핍박을 견뎌내고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라는 단순성이라거나 사회 비판적인 태도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접근이 가능하게 한 것은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 화가들의 인생과 작품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겠지만 그것을 풀어낸 작가의 필력 또한 제 몫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땡땡이 호박도 자주 보았었는데 화가가 쿠사마 야요이라는 것도 잘 모르고 있었고 지금도 정신 병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느 방송에서 이야기를 본 것 같기도 하였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지아 오키프란 화가도 알게 되었습니다.

열 다섯 명의 작가 이야기가 각각 수록되었기에 시선을 끄는 작품부터 읽기도 가능했는데 사실 쿠사마 야요이를 읽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조지아 오키프란 화가의 글은 제일 마지막으로 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용을 읽으면서도 많은 감명이 있었지만 여성 화가가 아니라 조지아 오키프로 기억해 주기 바란다는 화가의 말이 마음에 콕 와서 박혔습니다.

어쩌면 우리 여성들 스스로 여성이라 명명지어 우리의 틀을 좁은 공간으로 가둬두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성이란 말을 제하면 동등해질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 그러하여 여성이라 국한된 표현들을 저도 모르게 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그렇게 피하고 싶었어도 이 책 <여자의 미술관>이 속편으로 또 나오길 희망합니다.

우리의 화가 정강자님의 작품과 이야기도 인상 깊었는데 맺는글에서 아직도 소개하지 못한 수많은 여성 화가들의 작품들이 남아 있다는 글이 계속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하였습니다.

담고 있는 내용도 훌륭한데 구성 또한 맘에 꼭 들었습니다. 다만 실제 작가의 사진 한장이라도 더 수록해줬더라면 하는 욕심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그 만큼 소개해 주신 화가들에게 관심이 많이 생겼다는 증표겠지요.

힘들 삶을 살았던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도 되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이한 체험을 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오늘도 안녕과 무사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제게, 혹여 고통이 다가와도 두려워 말고 용기내어 헤쳐나가라는 응원의 메세지로 받아들였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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