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노동자 -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 아우또노미아총서 56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김현지.이영주 옮김 / 갈무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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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정책의 그늘에 있었던 사람들, 백인남성이 아니라 절대다수의 여성이 대공황 시기에 겪었던 차별과 격절의 실상에 주목한다. 여성 노동이 노동력 재생산의 근본(출산/육아/가사)으로 규정되면서, ‘여자는 집안일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명제가 사회적으로 고착화되는 과정을 심도있게 고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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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9-21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따르면, 많은 여성들은 대공황 시기에 가장과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수동적으로만 대응하지 않았다. 어떤 여성들은 사생아 출산까지 각오하면서 매춘(126쪽)을 했고, 어떤 여성들은 여성보조단체를 결성해서 파업에 참가한 남편을 물질적으로 지원(181쪽)했으며, 어떤 여성들은 반半 군대식 규범에 의거한 비상단체까지 조직해서 남자들과 함께 전투적인 파업 행위(183쪽)에 참여했다. 이러한 비상단체의 지휘를 이끌었던 여성인 제노라는 파업을 진압하려는 경찰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남자들 둘레에 열을 지을 것이다. 경찰이 발포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우리에게 총을 쏴야 할 것이다(183쪽).‘

그럼에도 이러한 여성들의 투쟁은 그 의의와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물론 기혼 여성의 고용 비율 증가, 반강제적인 초과 근무의 폐지, 저임금 노동 여성들(미싱사, 청소부, 미용사 등)의 임금계약 명문화 등의 성과가 있기는 했다. 문제는 국가가 여성을 젠더평등의 실현자로, 계급 철폐의 요구자로까지 나아가는 것을 철저하게 막으려고 했다는 데 있다. 루즈벨트 정부가 주도했던 뉴딜 정책은 (백인 남성) 노동자의 입지와 복지를 향상하는 것을 우선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가장과 가족의 안정을 위해서는 여성들이 주부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 결과 여성이 가정에서 떠맡아야 하는 가사 업무는 대공황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다. 이들은 피임하는 법, 부모가 되려는 과정, 세탁기나 스토브와 같은 최신 기기들의 사용법 등을 사실상 필수적으로 익혀야 했다. 이러한 교육들의 목적은 다른 ‘가족 구성원의 심리적 재생산, 훈육, 사회화(205쪽)‘에 맞추어져 있었으며 여성들의 발본적인 요구(성차별 폐지, 가부장제 지양 등)와는 애초부터 동떨어져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