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 -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실이 중요한 이유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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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번역상의 차이는 있겠지만, 플라톤은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철이 되면 자주 인용되는 말이지만 정치집단은 항상 자신들을 혐오하게 하여 무관심을 부추긴다. 그 결과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당선되고, 자신이 한 거짓말이 국가와 사회를 위한 것인 양 포장한다. 진실은 숨긴 채 말이다. 순진한 국민은 그 거짓말을 또 믿고,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를 또 뽑아준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라는 다소 뜬금없는 질문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 있었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저자로 유명한 앤디 앤드루스가 쓴 책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실이 중요한 이유’라는 부제가 달렸다.


  책에서 사람의 숫자는 상징적인 의미다. 정확하게는 11,283.000명이고, 1933년부터 1945년까지 히틀러에 의해 죽임을 당한 숫자다.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로 전쟁 기간의 전사한 군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2차 세계대전 동안 사망한 유럽인도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대신 1,100만 명 중 600만 명은 유대인이고 나머지 500만 명은 정부 정책에 상반된 견해를 가지거나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부랑자, 정치적 불순분자, 평범한 범죄인 등이었다.


  그런데 600만 명이나 되는 유대인은 왜 아무런 저항 없이 죽음의 수용소를 순순히 따라갔을까? 해답은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비유대인과 주거지역을 분리하면서 유대인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니 그 지역을 벗어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행위가 일시적인 것이며 유태인을 위한 것임을 정기적인 ‘상납’을 받아가는 방법으로 안심시킨다. 다음은 무장하지 않은 참모 30여 명 남짓의 수행원을 데리고 가서 유대인을 전부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한다.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으로 진격해 와서 부득이 이동해야 하며, 이동한 곳에서 풍요로운 삶이 보장되니 다소 불편하더라도 기차를 이용해 이동하는데 협조하라는 것이다. 물론 유대인은 무장하지 않은 군인들을 보고 또 속았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탑승한 열차는 문이 잠기고 수용소에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래도 500만 명이나 되는 비유대인이 남았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순순히 따라갔을까? 그것은 바로 정치적 무관심이었다. 비록 이 책에서는 에둘러 표현했지만 말이다.


  그럼 해답은 없는가?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거짓말을 하는 후보를 뽑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 후보인지 알지? 해답은 그 후보가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보면 된다고 한다. 요즘 인터넷과 SNS가 실시간 퍼지는 시대에 그 후보가 잘못하는 행동이 있으면 즉시 공유해서 다시는 그런 자에게 권력을 주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정답이긴 한데, 좌우 이데올로기가 켜켜이 쌓여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하늘 아래 사는 우리 사회에서 참 어려운 답이다.


  정치를 혐오하면 그 정치가 우리를 죽인다! 역사가 말해준다, 지금이 우리가 이 지긋지긋한 흐름을 바꿀 때라고!  - 책 뒤표지


  역사와 사실은 다르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역할이 크지만, 사실은 기록과 완전히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통제되기를 자처한 언론이 쏟아내는 기사를 보면 사실과 다른 기록이 얼마나 많이 양산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주석까지 포함해도 고작 130페이지밖에 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얇은 분량이 아니다. 특히 ‘독자를 위한 생각 가이드’에는 20가지의 토론 주제가 있어 독서모임에서 토론을 진행할 수도 있다. 독서모임에 가서 이 책을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의 마지막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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