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과 귀족의 백제어
이원희 지음 / 주류성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일본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다. 고대에는 우리가 농경문화와 청동기 문화를 전래해준 미개한 나라였지만, 조선 시대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대규모 전쟁을 치른 나라이기도 하고, 근대에 들어서는 강제합병으로 우리나라를 지배한 나라이기도 하다. 고대사를 보면 일본은 미개국이었던 자신들의 역사를 왜곡하여되려 우리나라가 그들의 속국이었다는 주장을 한다. 근대 일제 강점기의 강제징병이나 위안부 등과 같은 자신들의 만행 또한 왜곡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대 일본에 문물을 전래한 것이 한반도임은 시다 이치로오라는 일본인이 쓴 <또 하나의 우리역사>(2009.11.1, 삼국시대) 라는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일본인이지만 특별하게도 2살 때 부모가 이혼하고 재일교포와 재혼한 어머니로 인해 한국과 일본 양국의 부모를 두게 되어 진심으로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으로 잘 지내기를 바랐던 마음으로 쓴 책이었는데, 일본이라는 국호가 백제를 중심에 놓고 볼 때 해가 먼저 뜨는 나라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내용이 실린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일본어가 우리말과 많이 닮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서 혹시 우리말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한 법조인이 있다. 제23회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창원지검 검사 등을 역임했다가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원희 변호사다. 무려 10년이 넘는 연구 결과 고대 백제어가 일본에 건너간 정황을 일본 고대 역사서를 통해 확인했고, 왜곡된 일본 고대사가 오히려 백제가 왜를 다스렸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에도 우리의 이두문처럼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쓰는 글이 있었다는 것이다. 만엽가나(萬葉仮名)라는 것인데 고사기(古事記)가 정격한문으로 된 일본서기(日本書紀)와는 달리 한문과 만엽가나로 혼합하여 적었기에 고대 백제어의 흔적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일본서기와 고사기에 일본 국토를 창조한 최고의 신은 이자나키(伊邪那岐, i-za-na-ki)와 이자나미(伊邪那美, i-za-na-mi)라는 부부 신이었다. 일본 학계의 통설은 이자(i-za)는 유인하다는 의미의 동사 유(誘, i-za-na-u)의 어근에서 유래했고, 키(ki)는 남성, 미(mi)는 여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본서기는 실재한 역사를 기록한 것이 아니므로 이 두 신 역시 실존한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이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단다. 대신 이름 뒤에 붙은 나키(na-ki)와 나미(na-mi)는 분명히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말이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우리말에도 서울사람을 뜻하는 서울내기, 보통사람을 뜻하는 보통내기라는 용어가 있다. 또, 딸을 귀엽게 이르는 딸내미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 용어가 백제 시대에는 나기 나미가 아니었을까 추정한다.


  저자는 고대 일본을 통치한 것은 백제인이고, 이는 고대 일본의 사전에 나오는 담로(ta-mu-ro)를 그 근거로 내세운다. 담로는 백제의 독특한 지방 통치제도였는데 삼국사기에는 나오지 않고, 중국의 사서 양서(梁書) 백제전과 양직공도(梁織貢圖)라는 그림에 약간 언급이 있을 뿐인데, 놀랍게도 고대 일본에서 편찬된 사전에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 의미도 군대가 진을 치고 있는 진영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고대 역사서를 통해 고대 백제어를 추정해보는 재미도 있지만, 고대 백제와 일본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일본 고대 역사서를 통해 백제인이 어떻게 왜의 지배계급이 되었고, 어떻게 정착했는지 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 저자가 서설에 밝힌 출간 예정인 <일본방언의 백제어>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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