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파일 위기의 장군들 - 권력과 진급을 향한 별들의 전쟁
김종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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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가장 폐쇄적인 집단이라면 단연 군대가 제일 먼저 손꼽힐 것이다. 군사정권이 이 땅에서 사라진 것은 김영삼 정부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군 사조직 중 가장 위세를 떨치던 ‘하나회’를 척결했다. 이는 정말 파격적인 조치로, 이후 군이 정치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없어졌지만 대신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권력과 진급을 향한 군 내부의 전쟁이다.


  군을 제대로 보려면 대한민국의 국방과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안보세력인 대한민국 장교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시크릿 파일 위기의 장군들>은 그동안 일어났던 주요 사건 사건마다 장군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이야기를 통해 파헤쳐보는 책이다. 1992년부터 20년 이상을 민간인으로서 국방·안보 문제를 연구·분석해 온 김종대 안보 전문지 <디펜스21+>의 편집장이 쓴 책이다. 제14대부터 16대까지 국회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 비서관 및 보좌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 국방전문위원,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지낸 저자의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이 저자가 20년 이상을 장군들 사이에서 생활한 경험을 책으로 옮겼다고 보면 된다.


 


  저자의 작품은 이미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와 <시크릿파일 서해전쟁> 두 권을 통해 참 한심한 별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치니 내 판단이 틀렸다. 물론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내용이다.


  책은 역시나 한심한 별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권력 장악을 위해 조작이 생기기도 하고, 방산비리에 연결된 연줄이 얼마나 길었으면 대통령까지도 덮고 넘어가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대부분 장군은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충성심으로 명예를 지키는 소신 있게 행동하는 사람일 것이다. 결국, 한심한 별 몇 명이 전체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군을 정치에 써먹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북풍 조작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같은 것을 서슴지 않았던 정치권. 소신 있게 거부하기는커녕 군 비밀까지 까발리면서 이에 호응하는 장군들. 그리고 선거에서 이겼다고 환호하는 꼴이라니.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저자는 에필로그에 담았다. 정치권력이 이용하고 줄 세우려 한다면 소신 있게 저항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명예와 권력이 어디까지나 군대라는 집단 내에 한정된 것이라는 규범적 제한을 수용하고, 자발적으로 문민권력에 예속되고 복종하면서도, 전쟁에 대한 전문성 하나 만큼은 철저히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고민한 젊은 천재 새뮤얼 헌팅턴은 자신의 저서 <군인과 국가>에서 보수적 집단으로서의 군은 정치권력에 복종해야 하는 의무와 군사적 조언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조화시키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원리라고 보았다. 복종해야 할 때 복종하더라도 말을 제대로 하는 것, 이것보다 더 큰 장군의 덕목은 없다. 그런 바탕 위에서 비로소 한국적 군사문화가 열린다. -325p


  책을 읽다가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졌던 국가안전보장회의 위기관리센터였다. 정부의 총 27개 안보나 재난 관련 정보가 청와대 센터 상황실과 연결되어 있어 대통령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국가 상황 정보를 실시간 활용할 수 있었다. 총 33개 위기 유형을 대비한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과 운영 매뉴얼도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은 취임하면서 위기관리상황실로 축소되었고 그마저도 비상경제상황실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도 해체되었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도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그러니 “청와대는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다는 미국을 우방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국가와 군대에 대해 그리고 국가 안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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