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 #남미 #라틴아메리카 #직장때려친 #30대부부 #배낭여행
정다운 글, 박두산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작성한 버킷리스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여행이다. 가깝게는 일본, 태국, 인도와 같은 특정 국가도 있고, 남미, 남유럽, 북유럽과 같이 범위가 넓은 지역도 있다. 파리의 개선문이나 융프라우, 그리고 만리장성과 같이 특정 장소도 물론 포함된 것은 당연한 사실. 그런데 먹고 사는데 바쁘다 보니 참 시간 만들기가 가장 힘든 것이 여행인 것만은 분명하다. 

 

  요즘같이 괜찮은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데, 누가 들어도 부러워할 직장을 그만두고 무려 6개월이나 여행을 떠난 부부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드물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라는 여행기를 쓴 정다운, 박두산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책 서두에서 밝힌 여행을 떠난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행복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여행이 오랜 꿈이었고, 하루하루가 버거워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도 싶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 것은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을 ‘그래서 우리가 그곳에서 행복했는가’ 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책은 여행 경로에 따라 순서대로 펼쳐졌다. 중남미 과테말라에서 시작된 여정은 멕시코와 쿠바를 거쳐 남미 대륙으로 향했다. 콜롬비아에서 시작된 남미 배낭여행은 볼리비아, 페루를 거치고 칠레를 지나 아르헨티나에서 끝이 났다. 다행히 그 흔한 소매치기나 강도 한 번 당하지 않았고, 맥북이나 카메라 등 귀중품을 도난당하거나 분실하는 경우도 없었다. 말 그대로 안전하게 끝난 남미 여행이었던 셈이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점은 물가였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호텔급 숙소가 3만 원에 불과하고 먹거리나 커피 등 음료 역시 한국의 절반 가격이거나 그 이하라는 것이다. 예전에 들었던 오지 탐험가 도용복 씨의 강연이 생각났다. 남미는 정말 물가가 싸기 때문에 우리나라 관광지 가는 것보다도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이야기였는데 사실임을 확인한 셈이다. 

 

  공감 가는 내용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의 숙소 ‘후지 여관’에서 투숙객 정보를 작성할 때의 일이다. 직업을 적으려다 말고 멈칫했다. 전문 직종을 가지지 않았던 부부는 딱히 적을 직업이 마땅치 않았다. 

 

  요리사는 요리를 하지 않아도 요리사이고, 소설가는 소설을 쓰지 않는 순간에도 소설가이지만, 회사원은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백수라는 사실을 지구 반대편에서 이런 식으로 깨닫게 되다니. -285p 

 

  30대 중반의 나이에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실행한 신혼부부. 두 사람이 여행의 끝에서 얻은 결론은 여행을 통해 마음껏 자유를 만끽했다는 것이고, 언제든 이미 충분히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손이 닿는 곳에 배낭을 두는 이유다.

 

 

 

  남미 8개국을 여행한 여행기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곳은 몇 곳에 불과해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대신 머문 각 도시의 골목 구석구석을 탐사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 좋았다. 또, 박두산 씨의 글도 ‘그의 시선’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국가마다 한 코너씩은 배치해 두 사람의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를 더했다. 

 

  6개월이 아니라 딱 6일 만이라도 아내랑 둘이서 여행을 떠나고 싶다. 비용 때문에 해외여행은 주저하는 아내 때문에 울릉도로 변경했다. 다음 달 말경에 출발할 예정인데 꼭 다녀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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