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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 동의보감과 천기누설에는 없는 위대한 생태음식 이야기
최철한 지음 / 라의눈 / 2015년 2월
평점 :

평소 먹는 음식을 왜 그렇게 먹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육류를 먹을 때는 상추나 깻잎 같은 채소에 싸 먹는다. 회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회를 먹고 나면 회를 뜨고 남은 머리, 생선뼈 등으로 매운탕을 끓여 먹는다. 물론 육류를 그냥 먹는 사람도 있고, 회나 매운탕 중 한 가지만 먹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같이 먹는다. 그런데 정말 왜 그렇게 먹을까? 해답은 뜻밖에 <동의보감>에 실려 있다는 주장을 한 책이 나왔다. 제목이 제법 긴데 ‘약초꾼 한의사’라는 별명을 가진 최철한 원장이 쓴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이라는 책이다.

저자의 이력이 제법 특이하다. 서울대 화학과에 입학했다가 건강 악화로 한의학 치료로 건강을 회복하면서 한의사가 되기로 했고, 경의대 한의대를 졸업했으며 본초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평소 약초에 관심이 많아 전국의 산을 다니며 약초 산행과 본초학 연구 매진으로 얻은 별명이 바로 ‘약초꾼 한의사’다. 만화가 허영만에게 약초를 가르쳐준 한의사로 알려졌으며, 약초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최고 권위자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약재는 같은 종류라 하더라도 생산지, 시기 등에 따라 그 효능이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식물은 모두 살아가는데 최적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것. 즉 자신에게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환경을 극복하거나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이다. 대신 두 가지의 경우 약효가 다르게 나타난다. 환경을 극복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환경에 좋은 약효가 생기고, 환경에 적응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약효가 없는 이유다. 결국, 환경에서 살아남은 힘이 약효로 나타나는 것이다.

음식은 과학이다. 중국집에 가면 단무지가 나오는데 이는 밀가루 독을 없애기 위함이다. 횟집에서 회를 먹고 난 뒤 생선뼈로 매운탕을 내오는 것 역시 고기의 독성을 없애기 위함이다. 그저 모양을 갖추고 별미로 먹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음식은 과학이다.

책에는 음식궁합이 좋은 예를 몇 가지 든다. 동지팥죽, 찐빵, 팥칼국수, 붕어빵 등이 바로 그것. 동의보감에 따르면 팥은 밀가루의 독을 푼다고 한 이유다. 그렇다면 최고의 음식궁합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파닭’을 꼽는다. 소화가 잘 안 되는 튀긴 닭고기를 뚫어주는 성질이 강한 대파와 함께 먹어 소화에 도움을 주고, 피부의 구멍을 닫아 열나게 하고 피부병을 악화시키는 닭고기의 부작용을 대파가 피부 구멍을 열어 예방해 주기 때문이란다.
책을 통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의보감>에 가장 많이 나오는 약재가 ‘감초’가 아니라 ‘술’이라는 사실. 감초는 1,835번 나오지만, 술은 3,526번 나온단다. 그래서 저자는 <동의보감>을 술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단다. 술은 약인데, 너무 많이 마셔 문제가 되는 것이란다. 또, 유황오리가 전통음식이 아니라 1989년 인산 김일훈 선생이 『신약(神藥)』이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은 약효를 약재(동식물)의 형태, 색깔, 기, 맛, 성질, 시기, 산지, 약용부위 등 8가지 관점으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아울러 풍부한 사진과 다양한 약재 관련 상식도 포함되어 한의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기 참 편리하게 배치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약초에 전문가가 된 기분이 든다.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있거나 약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누구나 한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