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텐 국가를 말하다 - 국가라면 꼭 해야 할 것, 절대 해서는 안 될 것!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라의눈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911년 10월 10일 저녁에 중국 호북성 무창의 한 군영에서 울려 퍼진 총소리로 대청 제국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려 2132년 동안 지속하여온 중국 제국의 제도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그로부터 불과 넉 달가량, 채 반년도 안 된 1912년 2월 12일 대청 왕조는 제국의 제도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했다. 동양에서 거대한 제국이었던 대청 제국은 왜 무너졌을까?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이중톈 국가를 말하다>는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각 왕조의 정치제도를 중심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이유와 과정을 비교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책은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을 통일한 진(秦)나라를 맨 앞에 내세웠다. 진시황은 ‘봉건제’를 폐지하고 ‘군현제’를 실시했다. 이는 중앙 정부가 있고, 천하를 36개의 군으로 나누고, 군 아래 현을 설치하여 전국을 통일된 제도와 표준에 따라 사법과 부세를 시행했다.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고, 오래 못 가 멸망하고 말았지만, 저자는 진나라가 제국의 예비단계, 즉 준제국으로 분류했다.


  진나라가 멸망한 뒤 다시 통일 왕조를 연 나라는 한(漢)이다. 4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속하였으니 진정한 ‘첫 번째 제국’이라 할만하다. 한나라의 정치철학은 독존유술(獨尊儒術)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공자의 학설을 따르지 않는 것은 모두 배척한다는 것이다. 이후 거의 2천 년이 넘도록 유가 사상은 사회의 이상을 내포한 정치 철학이자 생활 철학으로 통일되었다.


 


  당(唐) 제국은 세계적인 초강대국이었다. 제국의 황금시대를 이룬 당나라는 윤리치국을 정치철학으로 삼았다. 소인은 대인에게 복종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하고, 민간은 관방에게 복종하고, 전국은 황제에게 복종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은 ‘경애’라 일컫고, 윗사람에 아랫사람에게 제한 없는 침범은 ‘자애’라 말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제국이라는 집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덕과 예, 그리고 온정으로 포장한 ‘비전형적인 폭력’일뿐이다.


  제국 이전 시대가 남긴 치국은 유가의 ‘덕치(德治)’, 법가의 ‘법치(法治)’, 그리고 도가의 ‘무위이치(無爲而治) 이 세 가지 방법이었다. 법치는 진 제국의 멸망으로 통하지 않음이 증명되었고, 무위이치는 한나라 초기에 임시변통의 계책에 불과하였으므로 유일하게 남았고, 유효할뿐더러 오랫동안 사용된 것은 ‘덕치’, 즉 ‘윤리치국’밖에 없다. 결론은 유가 사상으로 나라를 다스리게 된 이유다.


  권력과 부패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연구결과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권력 집중이 강화되는 시기에 부패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명청 양대의 부패는 진한, 당송보다 훨씬 심각했단다. 명청대는 아예 부패가 하나의 풍조처럼 되었으니, 저자가 밝혔듯 부패와 전제는 일란성 쌍둥이가 맞다. 이는 우리나라에 적용해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딱딱한 글이라 읽기가 불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뜻밖에 술술 읽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종의 직업병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기억에 남는 부분도 명청대 관원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한 부분이었다. 오죽했으면 이런 관례(?)를 부패로 간주하지도 않았고, 따르지 않는 관리가 거의 없었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관례보다 적게 받는 것을 청관(淸官)이라고 할 정도였단다. 중국에는 아직도 이런 관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내리고자 한 결론은 아랫글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진정으로 일반 백성의 복지를 보장하는 나라라면 반드시 민주, 공화, 헌정을 갖추고 있어야만 하며, 동시에 자유와 법치, 인권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405p


  다음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글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가정을 다스릴 수 있고, 가정을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이 책에는 친절하게도 아래와 같은 해설을 달았다.


 


  우선 자신을 잘 관리하여 도덕적 수양을 닦고 문예와 무예를 익혀야 하는데, 이것이 수신이다. 그런 다음에 대부(제후의 친척)를 도와 채읍을 보살피니, 이것이 제가이다. 또한, 제후를 도와 방국을 다스리는 것이 치국이며, 천자에게 협조하여 사해를 안정시키는 것이 평천하이다.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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