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신화로 말하다
현경미 글.사진 / 도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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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언어만도 18개, 비공식 언어는 400여 개가 넘는 나라. 인구는 12억 명으로 세계 2위, 나라의 면적은 세계 7위로 우리나라의 15배에 해당하는 대국인 인도. 문화의 다양성으로 복잡한 나라임에도 하나의 나라로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힌두교라는 종교 아래 전승되어온 통일된 생활문화 때문일 것이다.

 

  서양문화를 이해하려면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먼저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도문화를 이해하려면 힌두신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인도, 신화로 말하다>라는 책을 고른 이유다. 그런데 신이 무려 3억3천 명이 넘는다는 말에 질렸다. 하지만 이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다 몰라도 된단다. 3명의 신과 그의 부인만 제대로 이해하면 그 나머지는 저절로 알게 된다는 작가의 글 때문이었다.

 

  힌두교의 3대 신은 창조주 브라마, 보존자 비슈누, 그리고 파괴자 시바다. 3대 신의 공통점은 모두 아내가 없으면 무기력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가 더 인도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창조주 브라마는 자신이 창조한 딸 사라스와티를 아내로 맞았다. 윤리에 어긋나 인도인들이 싫어한단다. 머리가 네 개 달린 노인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아내 사라스와티가 너무 아름다워 어디를 가던 바라보느라 머리가 네 개가 되었단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하늘로 올라가자 위로 쳐다보는 머리까지 만들었는데, 파괴의 신 시바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무시무시한 베로 신으로 변신하여 다섯 번째 머리를 댕강 잘라 네 개만 남았다는 것이다. 반면 그의 아내 사라스와티는 공부의 신으로 인도인들이 사랑하는 신 중 하나다. 오죽했으면 대학에도 신전이 있을 정도다.

 

 

 

  보존자 비슈누는 모든 남성의 로망이 될 만큼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꽃미남이다. 천 개의 머리를 가진 뱀, 세샤 위에 누워 어여쁜 아내 락슈미가 해주는 발 마사지를 받는 비슈누를 나라얀이라고 부른다. 비슈누의 수천 가지가 넘는 이름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름이란다. 비슈누는 아바타다.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아바타. 그래서 지금까지 아홉 번 화신으로 변했다. 최초의 화신은 대홍수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거대한 물고기, 마츠야로 변신하여 인간에게 커다란 배를 만들어 온갖 종류의 동물과 씨앗을 태우라고 한 뒤 그 배를 안전한 곳으로 끌고 갔다고 한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이 밖에도 거북 쿠르마, 멧돼지 바라하, 사자 얼굴에 인간의 몸을 한 나라심하, 난쟁이 바마나, 현자 파라슈라마, 라마, 크리슈나,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붓다(부처)까지 무려 아홉 번 화신으로 변했다. 아직 오지 않은 화신은 칼키다. 그다음은 종말이 아니라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힌두교의 우주관이다. 윤회하는 우주관, 불교가 힌두교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그의 아내 락슈미는 재물의 신이다.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3대 신 중 하나다.

 

 

 

  파괴의 신 시바가 파괴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과 악업, 그리고 무지다. 주로 명상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의 아내 파르바티는 첫 부인 시타의 환생으로 세 가지 변형을 일으키며, 모든 에너지의 원천인 ‘삭티’를 가졌다. 특히 파르바티에게는 인간의 몸에 코끼리의 머리를 가진 가네슈라는 아들이 있는데, 장애물을 제거해 주는 신으로 인도인들에게 사랑받는 신이다.

 

 

 

  책에 따르면 힌두인들의 인생은 네 가지 기본 목표를 가진다고 한다. 자신의 의무, 즉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다르마(Dharma), 최소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의미하는 아르타(Artha), 즐거움을 의미하는 사랑의 신 카마(Kama), 그리고 마지막 삶의 목표인 해탈을 의미하는 모크샤(Moksha). 힌두인에게 해탈이란 더 이상 세속적인 삶에 미련을 버리고 윤회에서 해방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 종교가 죄를 지으면 지옥의 나락에 떨어지지만, 힌두교는 다시 환생해서 죄를 갚아야 하는 점이 다르다.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고 세속적인 삶에서 해탈하는 것이다.

 

  힌두교에서 특히 신성하게 여기는 나무가 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나무와 스스로 기둥을 만들면서 옆으로 한없이 자라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반얀나무다. 두 나무 모두 엄청나게 큰 크기로 인간을 압도하는데, 책에 따르면 보리수나무는 10층 높이까지 큰 나무도 있고, 여러 명이 손을 잡아도 나무 둘레를 잴 수 없을 만큼 굵은 나무도 있단다. 반얀나무는 이보다 더하다. 현존하는 가장 큰 반얀나무는 수령 700년에 그 넓이가 2헥타르가 넘는단다. 사방 200미터나 되고 그 나무 그늘 아래서 한꺼번에 2만 명이 쉴 수 있단다. 세상에 축구장 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니!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가 하나의 긴 여정이기에 인생은 여행이다. 힌두교인에게 여행이란 야트라(Yatra), 성지순례를 의미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원을 방문하고 성스러운 강가(Ganga) 강에서 목욕하는 것이 최고의 여행이란다. 작가는 은퇴 시점이 되면 자신만의 야트라를 떠날 계획에 세웠단다. 고갱의 작품에 영감이 되었던 타히티를 가고, 사진가 티나 모도티가 살았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는 여행, 그리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나오는 곳을 여행하고 싶어 한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단다.

 

  ‘인간들의 습성 중 가장 기이한 것은 무엇일까?’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수수께끼란다. 정답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기원전 4세기에 쓰인 서사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니 참 흥미롭다. 책에는 이 밖에도 많은 선문답 같은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숨 쉴 틈이 없이 단숨에 읽었다. 작가가 사진작가이기에 책 속에 삽입된 화보가 눈에 쏙 들어온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힌두신화를 읽다 보니 그 재미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불교설화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힌두교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나마 소를 숭배하는 정도 말고는 몰랐던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새삼 작가가 말한 인생의 모토가 기억난다. Do nothing, don't get anything.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 너무나 공감이 가는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나도 나만의 야트라를 떠날 계획을 세워야겠다. 그 목록에 인도가 포함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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