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 소리 없는 통곡, 선비들의 눈물
신정일 엮음 / 루이앤휴잇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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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 중에 가장 가슴 아픈 이별은 아마도 사별(死別)일 거다.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남은 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너무나 큰 고통이다. 그래서 제대로 표현할 수조차도 없다. 우리 글인 한글을 두고 한자를 사용해 그 심정을 표현한 선비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유교를 숭상했던 조선은 선비들에게 절제를 강요했다. 즐거워도 떠들썩하게 웃지 못하게 했고, 슬퍼도 마음껏 소리 내 울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선비들은 기쁜 마음과 슬픈 마음을 얼굴로 표현하는 대신 글로써 표현했다.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한없이 슬픈 마음을 글로 표현한 것을 모아 낸 책이다. 제목이 된 글은 연암 박지원의 죽음에 처남이자 평생의 벗이었던 이재성의 제문에 나온 글귀다.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고사가 떠오르는 글이다. 책은 원문과 인물에 대한 소개 글이 포함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이재서의 제문은 원문이 실리지 않았다.

 

 

 

  한글이 아닌 한문으로 표현했기에 조금 아쉽지만, 부모나 자식, 형제, 벗 등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꼭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을 쓴 이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사람이다. 문화사학자이자 도보 여행가, 우리나라 10대 강은 물론 옛길과 400여 개의 산을 도보 답사했다. 특히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바닷가 길을 걸은 뒤 문화관광부에 <해파랑길>이라는 도보 답사길을 제안한 주인공이다. 갈맷길 완주를 올해 목표로 정한 나에게는 어쩌면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서하(西河)에 있을 때 자식을 잃고 너무 슬피 울어 눈이 멀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 서하지통(西河之痛)이다. 다산 정약용이 막내아들 농아를 보내며 속으로 삭여야 했던 참혹한 슬픔 참척(懺慽).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하지만 진상규명조차 거부하는 정부의 횡포에 사랑하는 자식을 가슴에조차 묻지 못하는 세월호 유가족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잠시나마 잊어 정말 미안합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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