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심리학 - 자본주의를 읽는 키워드, 에리히 프롬 병든 사회를 변혁하고 ‘인간의 시대’를 열다
김태형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막장 자본주의인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한국인은 참 힘들다. 갈수록 사회양극화는 심화되고 사람답게 살기가 힘들어 진다. 이런 답답한 시대에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가 어떻고, 인생의 참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물음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현대인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 본성에 대한 상관관계를 먼저 규명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강요하는 것이 인간 본성에 맞는지 여부는 자본주의가 인간 본성을 신장시키는가, 아니면 유린하는가의 물음과 같다. 만일 자본주의가 인간 본성을 유린하는 병든 사회를 조장한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넘어야 할 벽이 되는 것이다. 반면 자본주의가 인간 본성의 실현을 돕는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면 더 발전시켜야 함은 당연하다.

 

일찍이 프롬은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이고 다각도로 분석하여, 자본주의 체제가 사람을 권위주의적, 대세 추종적, 쾌락 지향적, 시장 지향적 성격의 소유자로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본주의의 특징이 인간의 욕구와 일치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는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프롬은 현대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병적인 사회이며, 현대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고립되어 있고, 무력해 진 존재라고 규정한다.

 

프롬의 심리학은 사람을 사회적 존재로 바라본 최초의 심리학이다. 흔히 ‘사람은 생물학적 존재인 동시에 사회적 존재이다.’라고 하는 심리학 등은 틀렸다는 것이 프롬의 주장이다. 사람에게 있어 생물학적 동기는 사회적 동기에 비해 인간 본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롬은 자신의 심리학을 ‘인본주의적 정신분석학’이라고 스스로 명명했다. 사람의 진화역사는 동물의 진화역사와 다르다는 점, 사람의 기본 동기는 생물학적 동기가 아닌 사회적 동기라는 점, 그리고 인간심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몸이나 뇌가 아니라 사회라는 것이다. 그래서 프롬은 정신분석학의 비판 정신을 계승하고, 사람의 무의식에 계속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정신 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사회를 비판함은 물론 병든 세상에 대한 적응이 아닌 변혁을 권장하며, 변혁을 위한 이론을 탐구한다.

 

프롬이 말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본성은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려는 속성이고, 세계를 목적의식적으로 개조하고 변혁하는 속성이며, 의식을 이용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지휘하는 속성이다. 따라서 자주와 자유가 인간 발달의 목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프롬은 건전한 사회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인 사회, 절대 다수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대다수가 알다시피 소련식 사회주의는 실패했다. 프롬은 소련식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를 물질주의적 목표를 추구하고 정신개조를 경시한 점에서 찾았다. 사회주의자들이 오히려 자본주의에 물들었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었으며, 사회주의적 인간이 저절로 만들어 질 것이라는 환상 때문에 정신혁명을 개을리 했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답이 없지는 않다. 프롬은 ‘인본주의적 사회주의’를 해답으로 내세웠다. 건전한 사회의 특징에 부합하는 것을 충족하는 사회, 바로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인 사회, 모든 사람이 개성화된 사회, 집단적이고 건강한 문화생활이 보장되는 사회다. 이를 위해 프롬의 제안 중 꼭 주목해야 할 두 가지를 지목했다. 참여 민주주의와 대면집단, 최저생계비 제도가 바로 그 주인공.

 

프롬은 진정한 의사결정은 대중 투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 했다. 단지 옛날의 ‘부락회의’에 해당되거나 또는 500명 정도로 구성된 소집단에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참여 민주주의와 대면집단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이다. 대신 고도의 지방분권화와 효율적인 중앙집권화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잊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기본 소득과 인간의 존엄 유지를 위해 최저생계비 제도를 제안한 것이다.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다.

 

프롬에 따르면 20세기에 인간은 죽었다. 그러나 10명의 의인만 있다면 인류는 다시 살아날 것임을 예언했다. 혁명가로 살 것인가? 반항자 또는 변절자, 기회주의자로 살 것인가? 이제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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