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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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는 중국 고대 황제(黃帝)의 사관이었던 창힐이 새와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만들었다는 전설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고대 삼황의 하나인 복희씨가 팔괘(八卦)와 서계(書契)를 만들어 정치에 사용했다는 전설을 한자의 기원으로 보기도 하고, 줄에 매듭을 지어 백성을 다스렸다는 결승설(結繩說)이나 자후에서 발굴된 갑골문자보다 더 오래된 16개의 기호를 중국 최초의 원시 문자로 보는 계각설(契刻說) 등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한자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 전으로 보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학설이다. 이는 기원전 1500년경부터 1000년 무렵까지 있었던 중국 고대 상(商)나라(우리에게는 은(殷)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에서 점을 치던 갑골문의 발견으로 정설로 굳어졌다. 소의 견갑골이나 거북이의 배 위에 새겼다는 갑골문은 대략 5000여 자에 이르지만 식별 가능한 것은 불과 1000여 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자의 탄생>은 한자의 모체라 할 수 있는 갑골문을 중심으로 글자가 어떤 의미로 시작되었는지를 고찰해보는 책이다. 문자학에 국한된 방법론에서 벗어나 문학과 역사, 고고학과 사회학 등 인문학 전반의 다양한 내용이 버무려졌다는 점이 조금 색다른 점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첫 말문을 여는 글자는 ‘망(望)’ 자다(아래 그림 참조). 높은 언덕에 올라가 먼 곳을 바라보는 형상을 한 글자다. 이 글자에서 상단 머리 부분에 있는 것은 ‘신(臣)’ 자가 아니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있는 형상을 묘사한 것이다. 3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글자가 참 아름답다. 갑골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會意(회의) 문자다. 대략 80~90%에 육박하고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글자이기도 하다.

 

 

 

 

 

  책에서 인용되는 사람은 많지만 비교적 자주 인용되는 사람은 4명이다. 마르케스, 칼비노, 보르헤스, 그리고 벤야민이다. 특히 ‘가장 벤야민다운 문자는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서 저자는 ‘덕(德)’ 자를 꼽는다(아래 그림 참조). 이 글자의 원초적인 형태는 사람들이 오가는 대로에서 배회하는 형상이며, 큰 눈은 호기심이 가득 차있는 형상이다. 한가한 구경꾼이다. 마르케스가 쓴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한가한 구경꾼이었다.

 

 

 

  저자는 ‘진(塵)’ 자의 변천 과정을 통해 한자 서체의 변천을 소개한다. 회화 요소가 중심이었던 갑골문과 청동기에 새겨졌던 금문(金文)이 전서(篆書 - 대전(大篆)과 소전(小篆)으로 나뉨)로 변화하고, 이는 또 예서(隸書)로 변화했다가 해서(楷書)로 발전한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이 단행한 한자의 획수를 줄인 문자 간화가 황당하고 잘못된 발전이며, 다시 되돌리기 어렵게 된 것을 아쉬워한다.

 

  우리말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가까이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사실 한자를 모르면 뜻이 모호해지는 글자가 많다. 한자로 만든 낱말이 우리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말에는 순우리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자어와 외래어, 속어 등도 포함된다. 한자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다.

 

  저자가 책 속에서 추천한 책에 호감이 갔다. <중국 고대사회- 문자와 인류학의 투시>라는 책이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검색해보니 중국 상형문자를 중심으로 고대인의 생활상을 탐색하고 문명의 발전을 고찰한 책이란다.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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