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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책 표지 그림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했다. 외딴 행성에서 라면을 향해 걸어가는 외계인들. <라면의 황제>라는 제목 때문에 외계인과 라면을 어떻게 연결할지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야 표지 그림이 아홉 편의 단편소설 중 특정 소설을 의미하지 않음을 알았다. 이것저것 섞어놓은 그림이란다. 참 당황스럽다.
우리 주변에는 오늘도 많은 기사가 넘쳐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기사도 있고, 내 관심사가 아니라서 그냥 흘리는 것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흘러가는 기사를 잡아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이 소설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소설의 어떤 부분이 사실이고 어떤 부분이 허구인지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도 적절하게 잘 섞여 있을 법도 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아홉 편의 소설이 전혀 색다른 이야기 이인데도 한데 모으면 잘 연결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불가사의한 미스터리다.
<라면의 황제>는 계간지나 월간지에 발표된 작품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특히 이 책을 쓴 김희선 작가는 2011년 ‘작가세계’ 겨울호에 ‘교육의 탄생’이라는 단편소설을 통해 등단했단다. 물론 이 책 속에 그 작품이 있다. 지금은 국민학교를 졸업한 세대가 아니면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할 ‘국민교육헌장’에 음모론을 입힌 작품이다. 음모론이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한국인 중 아이큐가 무려 220인 김웅용 씨를 모델로 썼다. 물론 작품 속에서는 다른 이름이고 아이큐도 215로 나온다. 대신 어린 나이에 NASA에 간 것과 거기서 계산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소설에 담았다. 물론 이 이야기도 언론에 나오는 이야기다.
‘2098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에드워드 김의 이야기는 정말 환상적이다. 게놈 프로젝터에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참가한 박사라는 설정도 그렇지만 노화에 관계한 유전자를 억제하는 기술을 통해 영생을 가능케 하는 결과를 낸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에드워드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이 소설을 읽고 하도 이상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주인공의 이름을 에드워드 증후군에서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책 표지를 다시 보니 라면 그릇에 차례로 걸어오는 외계인의 모습이 마치 식재료의 일부인 듯 느껴진다. 음모론이란 쉽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 이 소설은 그러한 소재를 참 재미있게 구성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패러디한 ‘그것을 알려주마’다. 암튼 우리나라에도 이런 소설이 있다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