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장 이야기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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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 식생활과 관련 있는 도구들을 정리해서 묶은 책이 나왔다. 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송영애 박사가 쓴 <식기장 이야기>란 책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옛것의 가치를 새롭게 돌아보고, 이를 통해 그 정신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펴낸 의도다.

 

  책에는 가마니, 절구 등 서른두 가지 식도구의 사용처와 제작방법, 그리고 잊혀져가는 과정과 대체되는 도구들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소개된다. 도구의 각 부위별 명칭이나 도구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역시 당연히 포함되었다.

 

  처음 접하는 도구도 있었다. ‘돌확’이라는 것인데, 커다란 자연석을 솥단지 모양으로 오목하게 파서 곡식을 가는 데 사용했던 도구다. 설명만으로는 ‘절구’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구와는 달리 파인 면에 얕고, ‘공이’ 대신 ‘확’이라는 돌로 갈았다. 지금은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는 집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엉뚱하게도 마당이나 아파트 거실 한쪽에 수경 식물을 키우는데 종종 보인다고 한다.

 


  흥미를 끈 부분은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운조루’라는 쌀뒤주다. 운조루의 쌀뒤주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즉, 누구나 쌀뒤주를 열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연상된다.

 

  소설 <대지>의 작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 여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아홉 개 칸마다 다른 색깔과 종류의 반찬이 담긴 구절판(九折坂)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우리 음식문화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지금도 먹기 아까운 경우가 있다. 정성스럽게 꾸며 마치 아름다운 조각품과 같은 착각이 드는 음식이 그런 경우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텔레비전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곤 한다. 적절한 사진의 배치와 설명하는 것 같은 어감 때문이다. 또, 곳곳에 배치된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과 등장하는 조연들이 증언도 한몫했다.

 

  저자는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더듬어 밥을 푸는 일이 밥그릇에 오복을 담는 거라고 한 엄마의 말을 생각해냈다. 우리 음식문화는 복을 담는 정성이 담겨있었다.

 

  전통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가 계속 이어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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