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대한민국 외교 이야기 - 박수길 대사의 외교관 36년, 한국 외교의 회고와 전망
박수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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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것이 1991년이었다. 올해가 2014년이니 유엔 가입한 지는 올해로 겨우 23년이 되었다. 유엔 가입신청을 최초에 한 것이 1949년이었으니 가입하는 데만 무려 42년이나 걸렸다. 그것도 88 서울올림픽의 성공 개최로 국제사회에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 주된 요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짧은 유엔 가입기간에도 우리나라는 자랑스러운 인물이 두 명이 있다. 한 사람은 대한민국 제33대 외교통상부 장관이었고, 2006년에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어 2007년부터 재임했고, 2011년 192개국의 만장일치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재임 중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한국의 UN통’으로 불리며, 2009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39차 유엔협회 세계연맹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회장에 선출되었고, 2012년 제40차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전원 합의로 재선임 된 박수길 유엔협회 세계연맹 회장이다.

 

  박수길 유엔협회 세계연맹 회장의 회고록이 책으로 나왔다. 제목이 상당히 긴데, <박수길 대사가 들려주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대한민국 외교 이야기>라는 책이다. 그동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야기는 여러 차례 책으로 소개되었지만, 대부분이 자기 계발서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박수길 대사의 책은 대한민국 외교사의 중요 사건에 대한 뒷이야기를 진솔하게 회고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책에는 김만철 일가 탈북사건, 김현희의 KAL기 폭파사건,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등 대한민국 외교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나온다. 각 사건과 협상에 대해 당시 상황을 비교적 세부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대사가 유엔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1996년 이전의 사건들은 남북한이 치열한 외교전을 하던 시절이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이 국내외 정치적인 계산이 깔렸었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사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외교사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집었던 책인데, 결과적으로는 약간 실망이 앞선다. 김만철 일가가 원했던 ‘따뜻한 남쪽나라’라는 말은 남한을 상징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이를 북한과의 외교전을 염두에 두고 남한으로 가자고 설득하는 과정, KAL기 폭파범 김현희에 대한 대사의 확신 등이다. 김현희에 대해서는 비록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대통령선거에 맞춰 귀국시킨 사실은 당시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엔이 기동하는 구조나 역할 등에 대해서는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아프리카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르는 가봉의 봉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왜 많은 국민이 거리에 나가 환영을 해야 했고, 기념우표까지 발행해야 했는지에 대한 답이었다. 그것은 바로 미개한 나라일지라도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당당한 유엔 가입국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비가입국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에 대한 역사적 의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북한을 합법적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유엔 동시 가입은 1972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처음 꺼낸 이야기였다. 동시가입의 전제는 당연히 상대를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남북한 유엔 가입은 그동안 상대를 합법적 국가로 인정하지 않던 남북이 국제무대에서 서로를 국가로 인정한 것으로서, 한반도에서 남북 간 정통성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공존의 시대를 열었다는 데에 역사적 의의가 있다. -p85

 

  외교관을 꿈꾸는 사람 또는 외교 신참자라면 꼭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이 책에는 외교관들이 알아야 하는 외교가의 뒷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외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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