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수업 - 나를 넘어 나를 만나다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니체를 읽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니체의 작품을 읽은 것이 아니고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을 읽었다. 서울대학교 박찬국 교수가 쓴 <초인수업>이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발달 단계를 낙타의 정신에서 사자의 정신으로, 그리고 최종으로는 아이의 정신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물론 사람들에 따라 낙타의 정신에서 머물기도 하고, 사자의 정신에서 머물기도 한단다. 쉽게 풀어쓴 것을 요약하면 낙타의 정신은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로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절대적인 진리로 알면서 무조건 복종하는 것을 말한다. 사자의 정신은 사회의 가치와 규범에 반항하는 시기로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니힐리즘(nihilism,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최종 아이의 정신은 니힐리즘을 극복하고 인생을 유희처럼 사는 상태를 말한다.

 

  운명에 대한 니체의 견해도 눈길을 끈다. ‘하면 된다’는 자유의지의 철학에 대해 니체는 ‘단죄의 철학’이라고 불렀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실패한 사람은 부모 잘못 만났거나 운이 나빠서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사회는 실패한 사람은 성공할 만큼 노력하지 못했다고 단죄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패배주의로 모든 것을 운명 탓으로 돌리는 숙명론에 대해서는 무기력한 사람을 만든다는 점에서 부정한다. 니체가 취하는 것은 운명애(運命愛)의 철학이다.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며, 자신의 역경을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고 감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니체는 그렇게 험난한 살았다.

 

  저자는 니체의 운명애의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한 사람으로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든다. 그는 일본 경영의 신으로 꼽히고, 자신의 성공 비결을 ‘하늘의 세 가지 큰 은혜를 입고 태어난 덕분’이라고 했다. 가난하게 태어났고, 허약하게 태어났으며, 못 배웠다는 것을 세 가지 은혜라고 했다. 가난했기에 부지런한 습관을 익혔고, 허약했기에 건강의 소중함을 일찍 깨닫고 부지런히 단련하여 건강해졌으며, 초등학교 4학년 중퇴했기 때문에 상대가 초등학생이라도 무엇인가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려고 한 덕분에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은 니체를 가장 유명하게 한 말이다. 이는 니체가 신을 어떻게 보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니체는 신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니체가 본 예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 신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위대한 상징주의자라고 보았다. 지금처럼 신격화된 것은 바울이 성경에 옮기면서 복음(福音)을 화음(禍音)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원래는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가 되어야 하는데 예수를 믿고 천국에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종교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인간을 교육하는 방법을 니체는 길들이는 방식과 길러내는 방식으로 나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대부분 길들이는 방식에 익숙하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해 자존감이나 긍지 등을 갖지 못해, 부모를 만족하게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열패감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니체가 바라는 방식은 길러내는 방식이었다. 니체는 ‘그대 자신이 되어라’라고 말했다. 자신이 타고난 소질과 성향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러면서 니체는 남의 평가에 민감한 이유를 우리 안에 존재하는 노예근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대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는 언제나 주인의 평가에 기뻐하고 슬퍼했다는 것이다.

 

  책을 덮으니 뒤표지에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안일함을 탐하는 ‘말세인’으로 살 것인가!
      고귀하고 기품 있는 ‘초인’으로 살 것인가!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왜 하나도 없을까?’ 한 번쯤은 고민했던 이러한 인생의 질문들. 이 한 권의 책으로 그 고민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