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루 -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하재욱의 라이프 스케치 1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럽다. 자기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워보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아쉬웠지만 차마 버킷리스트에는 넣지 못했다.

 

  각박하고 지친 삶을 사는 우리는 힘들다. 즐겨보는 ‘개그콘서트’의 '렛잇비(Let it be)' 코너가 많은 인기를 얻는 것도 힘들고 지친 우리들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공감하는 이야기, 그래서 감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지나가는 하루가 아까워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페이스북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세 아이의 아빠, 평범한 직장인. 미대를 나와서 한때 만화가가 꿈이었으나 접고 게임회사 디자이너가 직업인 사람 하재욱. 그가 그린 그림들이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뜨거워져 탄생하게 된 책이 <안녕 하루>다.

 

 

 

 

  책은 투박하지만 경쾌하게 그린 그림과 작가의 생각이 어우러져 내 가슴을 툭 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아버지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동안 메말랐던 감성들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아 나도 늙어가는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작가는 겨울이면 요절한 두 천재 기형도와 김광석을 떠올린단다. 잠자듯 생을 마감한 스물여덟 기형도, 깊은 절망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른둘 김광석. 아마 마흔이라는 나이에 다시 떠올렸을 때는 자신도 겪었을 그 상황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리곤 기형도에게 질투를 느낀단다. 그의 작품이 가진 미덕이 바로 일상이라는 이유다. 똑같은 일상에서 특별한 감정을 발견해 내는 시인의 작품을 만날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고 선을 긋는다. 대신 술 한 잔으로 질투를 달랜단다.

 

  어쩌면 특별하지도 않을 다양한 소재로 만화 특유의 해학을 담아 세파에 찌들어 잊고 있었던 감성을 불러낸다. 작가의 말처럼 특별하지 않은 오늘이지만 언젠가 그리울 하루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 하루를 그려나간다.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찾다가 채널 예스에서 인터뷰 한 기사를 발견했다. 작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모두 실제 있었던 상황을 실제 느꼈던 감정 그대로 기록한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리고 그려 놓은 작품 수가 많아 내년 초쯤 두 번째 책이 나올지도 모르며, 개인적으로 재밌어하는 원고는 두 번째 책에 더 많다고 밝혔다. 읽을 책 목록에 추가했다.

 

 

 

 

  작가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들어가 친구신청을 했다. 앞으로는 매일 작가의 그림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 가을을 맞아 지인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해야겠다. 글 보다는 그림이 먼저 와 닿기에 빼곡한 글 때문에 글 읽기를 주저하는 분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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