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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vs 학부모
SBS 스페셜 부모 vs 학부모 제작팀 지음 / 예담Friend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부모 vs 학부모>라는 책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해서 신청을 했다. 아들 둘 다 대학생인 내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주변에 아이들을 키우는 동료들이 많아서였다. 나 역시 아들 둘이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을 후회하기에, 지금 아이를 키우는 동료들은 안 그랬으면 하는 마음에 신청했는데, 덜컥 선정되었다.
책을 받아 표지를 본 순간 깜짝 놀랐다. 바로 아래의 도발적인 문구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끝없이 불안에 시달리는 당신 부모입니까? 학(虐:사나운, 가혹한)부모입니까?
처음 화면에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몰랐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단순히 부모인지 학(學:배우다)부모인지를 묻는 말같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생을 둔 학부모가 아니다. 아이를 학대하는 학부모다. 순간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2011년도 통계를 보면 전체 청소년의 10%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으며, 그중 가장 큰 이유로 성적/진학으로 전체 53.4%를 차지한단다. 또, 올 3월부터 두 달간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더 참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6년째 꼴찌다. 주관적 행복지수가 고작 74점으로 OECD 평균 100점과 비교하면 낮아도 너무 낮다.
바로 이런 사회문제인 성적/진학 등 이런 문제를 부모의 역할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의도로 제작·방영한 것이 바로 2014년 신년특집 SBS 스페셜 ‘부모 vs 학부모’였다. 이 책은 이 방송 내용을 중심이고, 방송에 소개하지 못한 취재 내용과 인터뷰가 추가되었다.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졌다. 1부 ‘공든 탑이 무너진다’에서는 엄마를 살해한 우등생, 게임중독에 빠진 전교 3등의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그리고 특목고, 자사고에 들어가고도 아이들이 불행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던진다. 또 힘들게 그 뒷바라지를 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서울대생을 통해 얻게 된 해답은 자기주도학습으로 귀결되고, 이를 위해 부모의 역할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2부 ‘기적의 카페’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아이가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학부모카페다. 모두 18명이 엄마들이 참가하는 말 하자면 학부모교실로 부모의 유형을 먼저 확인하고,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전문가에게 배우는 교실이다. 책에는 조감력, 조절력, 상상력, 실행력 네 가지로 간단하게 정리했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3부 ‘부모의 자격’에서는 외국의 교육에 대해 여러 인터뷰를 다룬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이를테면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인 PISA의 성적이다. PISA는 세계 1등인 수학 성적보다 OECD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학에 대한 흥미도’와 ‘내적 동기’, 그리고 꼴찌를 차지한 ‘학교 만족도’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무래도 책을 읽으면서 가장 호감이 갔던 부분은 3부에 나오는 ‘혁신학교’였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 단순한 성적표가 아닌 한 아이 한 아이에게 편지를 쓰듯이 부족한 부분, 훌륭한 부분을 짚어주는 성장편지에서는 감동까지 몰려왔다.
경쟁 위주의 우리 교육을 배우겠다는 미국 오바마는 미국의 공교육을 절망의 구렁으로 내몰았다. 우리의 일제고사와 같은 표준화시험이라는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여 성적이 좋지 않은 공립학교를 폐쇄하거나 경쟁 위주의 사립학교로 통폐합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속출했다. 더군다나 우스운 건 평가 기관이 ‘피어슨 파운데이션’이라는 비영리단체이지만 말이 비영리단체이지 사실은 민간 기업이라니 사실상 교육 민영화나 다름 아니다.
공부 잘하던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 게임에 빠지거나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은 아이 스스로 더는 부모의 바람을 충족시킬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부모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그러니 아이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하고, 갈등은 반복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살려주고,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은 부모 몫이다.
SBS 스페셜을 보고 싶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유튜브에 예고편밖에는 없어 아쉬웠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읽다 보면 바로 여러분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불쑥 나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