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인터넷 혁명의 순간들 거의 모든 IT의 역사 시리즈 2
정지훈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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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이 세상에서 인터넷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마트폰은 물론 IP-TV나 인터넷 전화, 인터넷뱅킹, 전자결재 등 엄청난 혼란이 오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인터넷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렸지만 어떻게 생겨나고 보급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1989년이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고 첫 발령을 받은 곳이 동사무소(지금은 동주민센터)였는데, 그 당시 주민등록자료를 전산화하는 중이었기에 비록 내 것은 아니었지만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다. 그때 사용했던 컴퓨터는 XT로 부팅디스크를 드라이버에 넣고 켜야 켜지는 도스 체계의 컴퓨터였다. 자료를 입력하면 저장되는 곳은 286 AT였고 당시 그걸 워크스테이션이라고 불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세월도 많이 흘렀고,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다가 동생이 쓰던 XT를 남은 할부금만 주고 인수하게 된 것은 90년경이었다. 당시 20메가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당시로는 상당히 귀한 대접을 받았던 기계다. 그 당시는 PC통신의 시대였다. 내가 처음 사용했던 모뎀이 1,200bps였고, 하이텔이나 천리안, 나우누리 등에 접속해서 글이 스크롤 되는 것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느렸다. 이후 2,400, 9,600, 19,200bps로 빠르게 발전되었고, 당시로는 드물게 Co-Lan을 깔고 컴퓨터 운영체제를 리눅스로 바꿔 원 없이 PC통신을 원 없이 했다. 물론 PC통신을 통해 인터넷도 Web을 비롯하여 텔넷, 고퍼, FTP, IRC 등 다양하게 활용해 봤다. 그래서 인터넷의 역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부끄럽게 한 책이 있었다. 바로 정지훈 교수가 쓴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라는 책이다.
 
  책은 인터넷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 지를 진지하게 다룬다. 공유와 협력으로 대변되는 인터넷은 인본철학과 공동체문화의 결합체라는 것이다. 인터넷은 경제와 산업기술을 통한 이윤 창출의 시각이 아닌 소통과 공유, 집단지성으로 꽃피우는 인본철학과 공동체문화를 만들어가는 철학의 토대위에 세워진 거대한 세계라는 것을 서문에서 밝힌다.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으로 대변되는 거대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철학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책은 인터넷과 관련된 많은 내용을 담았다. 인터넷의 태동에서는 실리콘 벨리가 세워지게 되는 과정, 대항문화와 해커정신이 접목되는 과정 등을 소개하고, 이어지는 인터넷의 탄생에서 TCP/IP 프로토콜이 만들어지고 BBS와 PC통신의 바람을 통해 인터넷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을 소개한다. 또 웹의 시대가 열리면서 넷스케이프의 탄생과 몰락, 야후의 등장, 닷컴버블의 종말 등을 다뤘는데, 이 부분에 와서야 다행히 조금씩 아는 부분이 나왔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동안 IT 기업들이 왜 몰락했는 지에 대해 밝힌다. 기업이 이윤이 목적이듯 IT 기업 역시 이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몰락한 기업들은 대부분 공유와 협력으로 대변되는 인터넷 문화에 역행했기 때문이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되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아마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 졸업식에서 한 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스튜어트 브랜드라는 사람이 대항문화 잡지인 <홀 어스 카탈로그>에서 처음 언급했다는 것이다.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많은 것을 배웠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책 표지에 이 책은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잇는 ‘인터넷 교과서’이다 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책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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