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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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의 『 이유』를 읽었다. 독서 모임에서 토론할 책이기도 했고 미미 여사의 책을 한 권도 못 읽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해 다분히 호기심이 나기도 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처음 손에 쥐면서 느낀 점은 너무 두껍다는 것. 무려 678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 놀랐다.

 

  책을 넘기면서 시작부터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장르 소설이 아닌 르포르타주다. 서른 명이 넘는 등장인물도 인물이지만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은 신시가지에 새로 들어선 고급아파트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되는 지점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이 사건이 해결되고 난 뒤에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관련 인물에 대한 정보를 캐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책 절반을 넘길 때까지 든 생각은 작가는 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낼 생각을 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형식을 완전히 넘어서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뭐 이 궁금증은 아직도 해결을 못했지만 말이다.

 

  중반까지는 책 읽기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중반이 지나고 부터는 오기가 생겼다. 책이 짧은 분량이 아니지만 추리 소설을 읽고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도중에 읽기를 포기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결국 범인을 알기 위해 끝까지 읽고 말았다. 근데 끝까지 읽고 난 뒤지만 아직도 뭔가 약간 허전함이 남는 것은 왜일까?

 

  르포 형식의 소설은 작가가 만든 일정한 틀(보드)에 독자가 글을 읽고 그 내용(조각)을 조금씩 채워 완전한 틀을 완성하면 끝난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도 몇 조각의 조각이 남았다. 그 부족한 조각은 아마도 내 나름대로 완성하라는 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큰 흐름은 집이다. 살아가는 집을 마련하는 것.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집안의 부의 척도를 가름 하는 것, 다시 말하면 아파트 평수에 따라 그리고 자식을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야 하는 것도 우리랑 너무 흡사하다. 사실 집이라는 물질보다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여기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 아니 독서모임에서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헷갈려서 대부분 백지에 이름과 관계를 그리면서 읽었다고 했다. 뭐 나는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고 그냥 읽었는데 책을 덮고 보니 나도 그랬으면 그렇게 어렵게 읽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많이 아쉬운 부분은 번역이었다. 물론 원본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번역한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너무 원본에 충실해버려 오히려 책 읽기를 어렵게 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추리 소설 한 편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 많은 인물들에 대한 묘사들은 너무나 생생해서 TV 르포 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끝으로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책 옆에 꼭 백지를 놓고 이름과 관계를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읽으라는 것을 충고하고 싶다. 아마 훨씬 읽기가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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