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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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는 1970년대 산업화 이후 농촌을 버리고 무작정 상경하여 도시 빈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무작정 상경 1세대'의 이야기다. 가난이 죄가 아닌데 모진 설움과 학대를 받는 민초들의 삶과 애환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뒤섞여 참 구슬프게 다가온 책이다.


주인공 복천(福千)영감은 농사를 짓고 사는 가난한 농부다. 어느 날 마누라가 병에 걸려 복천영감은 몇 안 되는 가지고 있던 논을 전부 팔아서 병을 고쳐보려 하지만 병원비도 안 된다. 그래서 이웃에 돈을 빌려 가까스로 병원비를 마련하지만 마누라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43세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린다. 졸지에 빈털터리가 된 복천영감은 이웃 소를 빌려 몰래 팔고는 작은아들 영수와 큰딸 영자를 데리고 무작정 서울행 야간열차를 타고 상경한다.


복천영감이 만난 서울의 인심은 차갑고 야박하기만하고 없어도 넉넉하고 믿음직스러운 고향의 인심과는 딴판이었다. 다행히 서울역에서 떡을 파는 같은 고향 여인을 만나 비탈진 음지에서 두 아이와 서울생활이 시작되고, 시장 지게꾼과 공사판 노동자 등 이것저것 직업을 구해보지만 먼저 하고 있던 사람들의 방해로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다 떡집 부부의 권유로 땅콩장사를 시작해보지만 리어카마저 훤한 대낮에 도둑맞아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칼갈이다. 물론 여기에는 복천영감보다 먼저 상경하고 소식이 끊긴 큰 아들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보태졌다.(중략)


볕이 들지 않는 비탈진 음지는 복천영감말고도 같은 고향사람으로 복천영감의 서울생활을 도와주었던 떡집부부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부잣집 식모로 들어온 금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작품은 1973년 중편소설로 발표되었던 것으로 2011년에 장편으로 다시 펴내게 되었단다. 40년이나 지난 지금도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비탈진 음지가 없어지기를 고대하며 장편으로 개작하게 되었단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작가의 말에 나오는 아래 문장이다.


'굶주리는 사람이 단 하나만 있어도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시인 릴케의 고통스러운 읊조림입니다. 하물며 소설가로서 오늘의 우리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겠습니까. 독자들 또한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입니다. "비탈진 음지"를 읽을 필요가 없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


읽는 내내 우울했던 소설이라 40년 전의 배경이라고 애써 자위하면서 읽었지만 지금도 비탈진 음지에 기존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도시 빈민들과 자꾸 겹쳐져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올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모든 후보가 복지를 말하지만 생각은 다르다. 복지를 시혜를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도 있고 복지를 국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도 있다. 부자감세로 부족한 재원을 복지축소로 해결하는 현 정부를 보면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 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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