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사장 분투기 - 개정판, 자영업으로 보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기 불황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멀쩡한 근로자가 정리해고를 당한다. 한창 자녀교육비며 돈이 많이 들어갈 시기라 비슷한 직장을 구하게 되면 좋겠지만 여의치 못하다. 결국 퇴직금과 은행대출 등으로 시작하게 되는 자영업. 그마저도 잘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단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을까?

 

  『골목 사장 분투기』는 외국계 해지펀드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특별한 사연이 있어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되어 홍대 부근 건물 2층에 35평 규모의 점포를 보증금 7,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이것도 부가세에다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400만원에 육박한다.)으로 시작했다가 쫄딱 망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지금은 소셜 카페의 기획자로 3년째 카페바인을 운영하고 있는 강도현씨가 쓴 경험담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영업을 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이고, 반면 위정자들에게는 자영업자들을 더 이상 절벽으로 내몰지 말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절박한 애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먼저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비싼 임대료와 골목 상권까지 침범한 대기업의 횡포다. 여기에 가세되는 것이 바로 정책. 알다시피 이명박정부 들어서고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써서 수입물가 인상으로 소비자 물가까지 띄워놓았다. 자영업자들의 자재비를 국가에서 고맙게도(?) 올려줬던 것이다. 그렇다고 가계의 실질소득이라도 올랐으면 자영업자들이 먹고 살껀데, 이마저도 안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는 모두 다 올랐는데 매출만 안 올랐 것이 자영업이 처한 현실이란 거다.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1958~1971년 사이 출생자)들의 은퇴가 진행되는 지금부터 약 30년간은 자영업 쇼크는 계속 진행형이라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즉 '자영업 대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책에는 저자 외에도 가게 문을 닫는 몇 가지 사례가 담겨있다. 그중 하나가 장사가 잘되어서 오히려 문을 닫아야만 한 경우다. 자영업을 하려면 보증금과 임대료 말고도 초기 투자비용이 제법 든다. 시설비(인테리어), 집기 구입비, 광고료 등 어림 잡아도 몇 천만원대다. 근데 처음 구한 점포가 포괄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면 더 큰 점포를 구해야 하고, 고용인원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쉽게 늘렸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힘들고, 그대로 두면 결국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서 떠나버린다. 결국 다른 사람을 고용해보지만 예전으로 복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대기업 편의점을 하게된 경우인데, 초기 투자비용이 안드는 대신 그게 전부 빚으로 남아 있는거란다. 그래서 계약기간 도중에 해지하려하면 위약금으로 그 빚을 청구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우리나라 자영업의 문제점을 앞서 말한 두 가지에 국한하지 않는다. 바로 권리금에 대한 문제다. 시장에는 엄연히 존재하는데 법적으로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권리금. 얼마 전 일어난 용산참사도 권리금 때문이며, 아직도 개선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나름 대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과연 먹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참을 쓰다보니 온통 어두운 글들로 가득차 버렸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저자는 자신의 실패를 통해 자영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사수해야 하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재무적으로 생각하고, 부동산은 발로 정복하고, 그리고 업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또, 자영업을 시작했으면 망하지 않기 위한 10계명도 제시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는 것도 있다. 자영업 업종 분포를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하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과 프랜차이즈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라는 것, 그리고 임대료와 권리금 구조를 바꾸는 것인데 이것은 앞서도 언급한 부분이다.

 

   이코노사이드(econo-cide)라는 용어가 있다. 경제(economy)와 자살(suicide)의 합성어로 경제적 곤궁에 몰려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용어다. 즉 생활고를 비관해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인데 저자가 책에 이 용어를 인용한 이유는 자신이 겪어보니 자영업자가 자살하는 것이 이해가 가더라는 것이다. 서글픈 이야기다.

 

  기업과 자영업의 차이는 책에서도 설명이 있지만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이다. 기업은 자금 운용에 리스크가 오면 증자를 하거나 대출을 하거나 다양한 해결책이 있지만 자영업자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결국 사채에 손을 대게되고, 나중에 빚 갚다가 도저히 안되니까 이코노사이드를 선택해버린다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했듯이 아무런 정보와 대책 없이 자영업 세계에 발들이는 순간 80%는 망한다고 한다. 정말 자영업을 해야할 상황이 생긴다면 꼭 이 책을 읽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더 큰 바램이 있다면 대기업 중심의 경제제도를 싹 뜯어고쳐 정말 다 같이 잘사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족) 사진 찍어 놨는데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 맞다 싶어 사족을 단다. 위에서 자영업을 하기 위해 맨 처음으로 재무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 있었다. 아래 사진으로 보충하고자 한다.

 


  자영업자의 인건비를 가져가려면 매상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사진에서는 매월 비용으로 임대료, 인건비 등 680만원이 나간다. 그러면 월매출은 무조건 680만원은 넘어야 정답이다. 커피 한 잔당 평균 4천원으로 잡으면 1,700명이면 되는데, 그러면 하루 평균 57명이 와야 손익분기점이 된다는 말이다. 근데 이 기준은 자영업자 인건비는 계상되지 않은 손익분기점이다.

 

※ 저자의 트위터 : @cafevine @sohona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