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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스토리를 시간에 쫒기듯이 따라가기는 참 오랜만이다. 무려 683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양인데도, 손에서 책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 제목의 뜻도 모르고 읽기 시작한 책은 처음인것 같다. 그러고보니 책 표지에 흑인 아이 얼굴을 구성하는 것이 백골인 것을 책을 읽기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알아보았다.
집단 학살(集團虐殺) 또는 제노사이드(genocide)는 그리스어로 민족, 종족, 인종을 뜻하는 Geno와 살인을 뜻하는 Cide를 합친 말이며, 고의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민족, 종족, 인종, 종교 집단의 전체나 일부를 파괴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제노사이드에 대한 설명이다. 같은 종족끼리 또는 다른 종족끼리 보통 전쟁때 발생하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경우를 내비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우성종이 열성종을 멸망시킨다는 것인데, 소설 속에서 예를 드는 것이 바로 네안데르탈인을 멸망시킨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다.
소설은 미국 백악관 아침 정례보고에 올라온 이상한 첩보에서부터 시작된다. '인류 멸망의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인데 아프리카에 신종 생물 출현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인 번즈는 이 신종 생물을 어떻게 할 지에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다.
다음 장면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아들 치료를 위해 용병이 된 조너선 예거는 휴가를 앞두고 상당히 좋은 조건의 특수 임무 제의를 받게된다.
그리고 무대는 다시 지구 반대편 일본으로 온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끝내고 대학원으로 복귀한 고가 겐토에게 어느날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한다. 메일 내용은 아버지 서재에 있는 둘만 아는 책을 펼쳐보라는 것인데, 책 속에서 발견된 메모를 통해 서랍 속에 있는 노트북과 500만 엔이 들어있는 현금카드를 찾게되고, 그리고 찾아가야할 아파트의 주소를 알게 된다. 쪽지에 있는 주소는 인적이 드문 낡은 아파트였고 아파트 안에는 켜지지 않는 작은 노트북 하나와 제약을 위한 실험도구들, 그리고 임상실험용 쥐들이 있었다. 그리고 재차 도착한 이메일에는 아버지가 만들려고 한 약을 특정 기일내 만들라는 것과 미국인이 오면 치료약을 줘라는 것 등 몇가지 지시가 담겨 있었다.
한편 백악관에서는 신종 생물을 제거하는 쪽으로 결정되고 이를 위해 예거와 개럿, 마이어스, 믹(미키히코) 네 명의 용병은 남아공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콩고에 잠입해 들어가게 되는데, 일본에서는 어떤 일인지 고가 겐토가 경찰에게 쫒기게 된다. 이들 사건들 사이에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과연 지정된 날까지 치료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인지?
참 대단한 작가다. 콩고와 인근지역의 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제약, 의약, 지구물리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소설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물론 책 말미에 도움을 준 전문 지식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만큼 스토리를 탄탄하게 구성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 편의 블록버스트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영화화 하면 너무 잔인할 것 같다. 콩고의 각종 국지전이나 소년병에 대한 묘사에서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줄 것 같아서다. 그런데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회를 봐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