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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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지 않은 이름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제목이었다. 『미실』이라는 제목 - 아니 주인공의 이름 - 이 낯선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히트친 사극 <선덕여왕>에 나왔던 주연과도 같았던 조연이 바로 '미실'이었기 때문이다. '미실'이라는 케릭터가 주는 이미지는 아마도 배우 고현정의 탁월한 연기때문에 더 위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사실 이 작품은 세계일보사에서 문학상을 제정하여 첫 공모한 2005년에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7년 전에 이미 세간에 화재가 되었던 작품이다. 다만 내가 이번에 접한 책은 초판 출간 당시 덜어냈던 부분을 복원하고 생략했던 각주를 살려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인데 7년 전 원작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드라마 '선덕여왕' 생각때문에 주저 없이 손이 간 책이다.


  책에 빠져들면서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왔던 여러 등장인물이 겹쳐지기는 했지만 동 시대가 아님에도 자꾸 연관지으려 한 것은 아마도 드라마의 강렬한 인상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신라시대의 성 풍속도가 지금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점에 많이 당혹했다.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원신통(大元神統)과 진골정통(眞骨正統). 책의 각주에 따르면 대원신통이란 왕족의 핏줄를 이어가기 위해 왕족에게 색(色)으로 섬기던 색공지신(色供之臣) 혈족을 말하며, 진골정통이란 황후를 배출했던 혈통을 말한다.


  주인공 미실은 대원신통으로 색공지신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우연한 기회에 진흥왕의 동생인 세종(世宗)과 혼인하게 된다. 물론 대원신통이기에 진흥왕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진흥왕은 당시 미실의 이모인 사도황후와 금슬이 좋아 이를 허락하였다. 그런데 시어머니인 지소태후가 진골정통으로 왕위를 잇고자 세종의 누나인 숙명공주를 진흥왕과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였지만 사도황후를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한 진흥왕은 이를 거절한다. 이에 지소태후는 사도황후를 폐하려는 계책을 세우지만 이를 안 미실이 이모인 사도황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헤쳐나갈 방도 또한 알려준다. 이 일을 계기로 미실은 궁에서 쫓겨나게 되고, ......


  읽는 내내 신라의 성 풍속이 현대와는 너무나 달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단순히 미실만 봐도 그렇다. 색공지신이라면 왕이나 태자의 후손을 생산하기 위해만 몸을 바쳐야 하는 몸이지만 이외에도 화랑은 물론 자신의 동생인 미생과도 관계를 맺는다. 물론 시대에 따라 성 풍속이 다르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현대와는 너무 달랐기에 어려웠던 것이다.


  책에 모티브를 제공한 것은 <화랑세기> 필사본으로 아직도 진위 논란에 쌓여 실존했던 인물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단다. 하지만 풍월주 계보로 이어오는 화랑도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에 대한 흥미를 돋구는데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타고난 미색으로 권력의 중심에서 왕과 풍월주를 쥐락펴락했던 여인. 책을 읽다보면 왜 저자가 미실을 감당하기 버거운 인물,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했는지 이해할 만 하다. 역사소설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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