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하나님은 신약의 하나님이 아니다
최동훈 지음 / 삼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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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맹목적인 믿음이다. 흔히 '예수 천국, 불신 지옥'으로 대변되는 맹목적인 믿음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반드시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인 도덕적 가치관보다도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착하게 살자는 도덕보다 하나님을 믿고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믿음이 더 중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한 것은 믿음만 있으면 착하게 살지 않아도 천국 간다는 희얀한 논리가 성립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는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아쉽게도 내 생각으로는 많은 신자들이 그런 것 같다. 성경을 읽다보면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많지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전지전능한 신이 너무나 잔인하다는 것이다. 구약을 읽다보면 이스라엘 민족이 아닌 이방 민족의 씨를 말리는 것은 예사고, 신의 뜻을 거역하면 이스라엘 민족이라도 잔인하게 징벌한다. 성경이 기독교 최고의 법전이고 믿음, 소망,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교리로 본다면 전지전능한 신은 인자하고 온화한 이미지와는 달리 잔인하게 느껴지는 신의 이미지는 정말이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한 책이 나왔다. 삼인출판사에서 발간된 『구약의 하나님은 신약의 하나님이 아니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무려 60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머리글로 시작한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종교에서 경전처럼 떠받드는 성경의 모순점을 적나라하게 밝히는 것은 어쩌면 상당한 파문을 몰고 올 수도 있는 일이라 접근 자체가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대신 저자는 떳떳하게 집필 의도를 밝힌다. 비록 조작되었다고 하더라도 성경의 가장 위대한 힘은 예수의 도덕이란 것. 그래서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기독교인들이 더 많이 나와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는 것은 성경이 하나님이 내려주신 책이 아니라는 것. 바벨론의 유수 이후에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여러 지식인 계층에서 공동 집필된 것이 구약이며, 그렇기 때문에 구약은 앞 뒤 내용이 틀리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약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하다. 예수를 신격화하기 위해 예수의 족보와 출생지 등 많은 부분이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기독교의 뿌리가 유대교임을 부인하는 신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가 이집트의 태양신 숭배사상과 여러 민족의 미신이 합쳐졌다는 사실을 아는 신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기독교는 아직도 밝히지 않고 감춰두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는 종교개혁을 전후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성경을 각 국가의 언어로 번역 발간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음을 기억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기독교 신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불쾌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기하는 내용 중에는 이미 공론화된 부분도 있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주장을 무조건 무시하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교인들에게 이 책을 읽도록 권하고 싶다. 성경을 복음서와 다르게 보는 견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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